위로가기 버튼

260억 쏟아 부었는데… 악취 ‘풀풀’ 냉천

이시라·김민지기자
등록일 2022-05-11 20:40 게재일 2022-05-12 6면
스크랩버튼
  진전저수지~동해면 8.24㎞ 구간 정비사업 끝냈지만<br/>  산책로엔 쓰레기 나뒹굴고 하천 바닥선 썩은내 진동<br/>“폐수처리시설 하나 없이 만들었나” 주민들 고통 호소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에서 시커멓게 썩은 토사가 가라앉아 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심하게 풍기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 오천읍 도심을 가로지르는 냉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해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시가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냉천 정비사업을 진행했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은 공사 진행 후 악취만 더욱 심해졌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1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취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으로 시는 예산 245억4천900만원을 투입해 포항시 남구 오천읍 진전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에 대한 하천을 재정비했다.


이후 포항시는 2020년까지 1.8㎞ 구간의 냉천 하류를 재정비했고, 산책로와 조경, 운동기구 등 조성작업을 목적으로 18억6천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시가 ‘냉천을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264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냉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조경 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방치된 하류 구간 곳곳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하며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곳은 오천읍 문덕리부터 청림동 하단부까지 맞닿는 구간으로 우기가 아니면 물이 빠르게 말라 고이는 건천 구간이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11일 오전 냉천은 물이 말라 드러난 바닥에 오염물이 낀 채 말라 있었고, 미처 떠내려가지 못한 물은 고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냉천 산책로를 중심으로 폐박스와 플라스틱병, 고장 난 킥보드 등 생활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냉천은 악취가 풀풀 풍기는 ‘죽은 하천’이나 다름없었다.


산책로를 이용하기 위해 나왔던 시민들은 냉천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마스크를 꾹 눌러쓴 채 발걸음 옮기기에 바빴다.


산책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모(60·남구 오천읍 문덕리)씨는 “날이 덥고 비가 내리지 않으니까 고인 물의 냄새가 더욱 고약해 이곳을 지날 때면 숨을 쉬기조차 어렵다”며 “건천에 산책로를 만들어놓고 생활폐수처리시설이나 취수시설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는 포항시에 ‘냉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포항시 환경정책과와 하수도과, 생태하천과 등은 악취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핑퐁식 민원처리’를 하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하천의 오·폐수는 각 가정의 개인정화조를 거쳐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악취 발생 원인을 파악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김민지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