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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아홉 번째 베니스 비엔날레

등록일 2022-05-02 18:28 게재일 2022-05-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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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개최로 모처럼 북적이는 베니스.

베니스 비엔날레 방문을 위해 짧은 일정으로 먼 길 여행을 떠났다.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는 듯 느껴졌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백신접종 확인서만 내밀어 보이는 절차만 추가되었을 뿐 출국장의 분산함이 사라졌다는 것 이외에 공항의 풍경도 예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행경로가 달라졌다는 것. 그래서 비행시간이 3시간 남짓 늘어났다는 것 이외에 하늘에서 내려다 본 땅에도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

베니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바포레토의 느린 움직임이 물 위에 그려진 하늘 풍경에 훼방을 놓는다. 도시 곳곳은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상상 초월하는 베니스의 인파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지금의 미묘한 한산함을 전혀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았다.

올해로 벌써 쉰아홉 번째로 개최되는 비엔날레다. 베니스에서 열리는 미술 비엔날레는 역사성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주목성으로 보나 여전히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특징은 전시구성이 장소적으로 형식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공원 자르디니에는 스물여섯 개 나라의 국가관이 마련되어 있다. 한정된 공간 때문에 1995년 우여곡절 끝에 한국관이 세워진 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새로운 국가관이 들어오지 못한다. 자르디니에 자리를 얻지 못한 나라들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국가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리적으로 자르디니에 포함된 국가관 그리고 그렇지 못한 국가관 간의 심리적 서열이 생겨났다. 자르디니에 국가관이 있느냐 아니냐가 공교롭게도 국가파워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비엔날레 참가국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커미셔너와 미술가를 선정해 국가관 전시를 진행한다. 각 국가별 전시가 이루어지다 보니 국내 언론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미술 올림픽’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이번 비엔날레의 한국관은 김윤철 작가의 기계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키네틱 설치 작품들로 채워졌지만 전시 기술적 완성도에서 사뭇 아쉬움을 보였다.

국가관이 위치한 자르니디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아르스날레라는 곳이 있다. 아르스날레는 산업화되기 이전 배와 무기를 만들던 거대한 일종의 군수산업 복합단지였다. 이곳에서 베니스 비엔날레의 또 다른 중심 행사가 진행된다. 자르디니의 전시들이 국가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아르스날레는 총감독의 기획아래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엄청난 규모의 전시가 만들어진다.

올해 총감독으로 선정된 이탈리아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는 ‘꿈의 우유’를 전시 주제로 내걸었다. 초현실주의 미술가 레오노라 캐링턴의 책 제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아르스날레의 본전시에는 총감독의 기획의도가 집결된다. 58개국 213명의 작가가 참여한 본전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여성 작가의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성에 이미 총감독의 분명한 의지와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국 미술가로는 정금형, 이미래 두 사람이 초대 받았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여성과 흑인여성이 주목을 끌었다. 본전시 최고 작가상은 미국의 흑인 여성작가 시몬 리에게 돌아갔고, 최고 국가가관의 명예를 차지한 것은 영국관이다. 영국관에서 소개된 소냐 보이스의 작품은 음악, 비디오, 콜라주가 결합된 사운드 설치작업으로 흑인 여성 뮤지션의 음악을 다루었다.

비엔날레는 세계미술의 흐름을 읽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 미술을 아우르는 전시와 연관 행사 규모로 미루어 보았을 2년의 준비 기간은 지나치게 숨 가쁘지 않은가 싶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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