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난장판이 됐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욕설이 오갔다. 민주당은 숫자로 밀어붙여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국민의힘은 악을 썼다. 국가 공권력이 전리품인가. 차기 행정부와 의회 권력의 힘겨루기가 막장극을 연출했다. 전문가들과 숙의도 공론화도 없다. 꼼수와 편법이 야바위꾼 뺨친다. 이게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다.
‘검수완박’이 뭔가.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고 한다. 검찰 권력이 너무 커서 횡포를 부린다는 이유다. 다른 견제 수단은 없는 걸까. 수사와 기소를 어느 정도 분리하는 게 효율적인가. 검찰이 하던 수사는 모두 누가 하나.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계속된다. 아직도 혼란이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판단뿐이다. 이미 대부분 수사권을 경찰로 넘겼다. 공수처도 출범했다. 1차 수사권 조정에 따라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적응도 하기 전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서두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동원된 편법들이 ‘사사오입 개헌’과 ‘10월 유신’ 등 혼란스럽던 헌정사를 떠올린다.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하기 전에 공포 절차까지 마치려고 한다. 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게 그렇게 중대한 사안일까.
‘검수완박’에 반대한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지은 죄가 많아선가. 아니면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해서인가. 어느 쪽이든 정권 교체 이후 안전이 문제인 건 틀림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검찰만 수사하는 게 아니다. 검찰은 독립을 보장하는 장치라도 있다. 다른 수사기관은 윤석열 정부가 직접 통제한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한국형 FBI)도 법무부 장관이 지휘한다. 더 어이가 없는 일은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후보자가 지명되자 개정안에서 중수청 설치 조항까지 넣었다 뺐다 촌극을 벌였다. 다른 사람이 지명되면 윤석열 정부 각료가 아닌가. 이럴 참이면 아예, 검찰과 경찰을 모두 없애는 정부조직법을 만들어버리는 건 어떤가.
원안과 법사위안과 본회의안이 수시로 바뀌었다. 그렇게 중대한 법안을 이렇게 조령모개(朝令暮改)하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합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정상이다. 몰아치는 모양이 선거 패배의 분풀이 같다. ‘윤석열=검찰’이라 생각하는 건 아닌가.
제도의 횡포는 검찰이 아니라 국회가 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를 쪼갰다. 국회 선진화법과 필리버스터 제도가 무력해졌다. 중수청도 없이 검찰 수사권부터 없앴다. 정상적인 법체계를 짜는 게 아니라 검찰 수사권 해체가 목적이다. 안건 조정위를 무력화하는데 민주당 출신 무소속을 활용해왔다. 양향자 의원마저 ‘검수완박’을 반대하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거짓 탈당시켜 무소속 의원으로 위장했다. 비례대표용 가짜정당을 만들어 선거법을 우롱하더니, 이제 가짜 탈당으로 국회법을 조롱한다.
문 대통령 임기 안에 공포하려고 국무회의 시간까지 변칙으로 바꿨다. 민주당 단독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결의안도 통과했다. 히틀러는 민간 돌격대(SA)를 이용해 테러로 합법을 가장한 권력 장악을 했다. 그리고는 친위대(SS)를 이용해 돌격대를 제거했다. 독립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들이 일당 독재에 걸리적거리자 반역죄를 전담하는 인민재판소, 정치범을 처벌하는 특별재판소를 따로 설치했다. 가장 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공화국은 그렇게 무너졌다. 히틀러는 시스템의 합리성이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 하는 피아(彼我) 구분으로 존폐를 판단했다. 지금이 그 꼴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청산할 때는 검찰 특수수사를 강화했다가, 그 칼날이 나에게 돌아올 때가 되자 그 칼을 빼앗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마구 휘두르면 나도 다칠 각오를 해야 한다. 처지가 바뀌면 자기가 뱉은 말과 싸워야 한다. 그게 ‘내로남불’이다. /본사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