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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오봉산서 선사시대 암혈 600개 발견

곽인규기자
등록일 2022-04-11 18:44 게재일 2022-04-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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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재연구원 조사결과<br/>능선 정상부·골짜기에 분포돼<br/>‘물 관련 의식’ 청동기 유적 추정<br/>탁월한 문화재 가치 평가 받아
2구역 1호 암혈 세부
2구역 1호 암혈 세부

[상주] 상주시가 문화재 전문기관에 의뢰해 함창 오봉산 일대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암혈(岩穴, 바위구멍)을 발견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지역주민에 의해 알려진 오봉산 성혈에 대해 문화재 전문기관에 정밀지표조사를 의뢰했고, 이 결과 600여 개의 암혈을 확인했다.

현지 조사를 한 (재)세종문화재연구원(원장 김창억)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봉산 암혈은 입지와 규모, 밀집도, 배치구조와 기능적인 측면 등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국내 성혈 유적과 비교할 때 매우 독특한 성격을 가져 탁월한 문화재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했다.

유적 입지에서 우리나라 성혈 유적 대부분이 강변이나 산기슭, 낮은 골짜기 바위나 지석묘, 고분 등에서 발견된 것에 반해, 오봉산 암혈은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능선 정상부와 골짜기에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혈은 바위에 인공적으로 새긴 도토리 받침 같이 생긴 바위 구멍으로 해외 학계에서는 컵 마크(cup-mark) 또는 큐플(cupule)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성혈(性穴)이나 알바위, 알터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민간신앙을 근거로 기자(祈子) 의례와 관련지어 성과 다산을 의미하는 의례 행위와 관련짓거나 일부 연구자는 별자리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창억 (재)세종문화재연구원장은 “오봉산 암혈은 배치구조에서도 자연 바위의 굴곡을 따라 높은 곳에 있는 구멍에 물이 차면 아래로 흐르고 큰 구멍이나 홈으로 모였다가 지면으로 흘러나가는 일관성 있는 구조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지금까지 다산 의례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돼 온 성혈이나 별자리로 해석된 것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암각화 분야 최고 연구자로 알려진 이상목 (전)울산박물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오봉산 암혈은 기존의 성혈에 관한 견해와 거리가 있다”며 “국내외 유사 유적과의 비교분석을 근거로 오봉산 암혈은 청동기시대 사회경제의 핵심적 요소인 농경의 물과 관련된 의례 행위 유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이번 학술조사를 통해 밝혀진 오봉산 암혈의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적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현재 추진 중인 오봉산 고분군의 국가사적 지정 추진과 연계해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 방안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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