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아포리아’<br/><br/>이경재 지음·도서출판 강 펴냄<br/>인문
국내 문단에서 독자적인 평론의 영역을 구축한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의 신작 평론집 ‘비평의 아포리아’(도서출판 강)가 출간됐다.
이경재 교수는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문학과 사회와의 경계를 넘는 폭넓은 이해를 토대로 한국문학 연구를 이어왔다. 등단 이후 제14회 젊은 평론가상, 제29회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 등 작품 내적 논리를 충실하고도 꼼꼼하게 읽어내는 깊이 있는 비평으로 주목 받았다. 이번 평론집은 그 맥을 이어 출간된 여덟 번째 책이다.
저자는 제1부부터 제4부까지 네 주제로 나눠 정보화 사회의 태동과 문학의 생존 가능성, 한국문학과 이데올로기의 관계, 한국문학의 세계화 전망 등에 관해 논한다.
1부 ‘재현과 환기’는 ‘우리 시대 재현의 세 가지 빛깔’을 비롯해 ‘아주 가까운 것과 아주 먼 것’, ‘과거가 돌아오는 방식’ 등 모두 6편의 평론으로 꾸며졌다. 저자는 특히 우리 시대 한국문학의 재현을 둘러싼 여러 가지 난제들,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방안, 애도되지 않은 역사의 파국적 귀환, 말년성의 미학적 형상화 등을 주제로 문학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묻는다.
2부 ‘한국문학의 수호성인들’에서는 ‘인간을 넘어 참된 존재로’ 등 7편의 평론을 담았다. 작가론에 해당하는 글들로 1950년대에 등단한 작가부터 2010년에 등단한 작가까지 총 일곱 명의 소설가(정연희, 전상국, 최윤, 하성란, 노정완, 해이수, 채영신)를 통해 지난 반세기 한국문학의 전개 양상을 살펴본다. 그들이 펼쳐간 존재에의 지향, 분단 상처의 극복, 타자에 대한 이해의 (불)가능성,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가족이라는 형식의 근원적 한계, 한국 현실의 저변에 대한 탐색, 삶의 심연이 지닌 폭력과 희망 등은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비평의 보람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3부 ‘새로운 가능성의 근거’에서는 최근 한국소설이 가닿은 성취를 대변할 수 있는 7편의 소설들(‘철도원 삼대’, ‘악어’, ‘총구에 핀 꽃’, ‘희박한 마음’, ‘일곱 해의 마지막’, ‘휴가 중인 시체’, ‘탑의 시간’)을 자세하게 비평한다. 작품 하나의 해명에 시종하기보다는 한국소설의 중요한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고민을 아울러 드러낼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다. 노동소설의 21세기적 가능성, 제국과 제국주의의 관련성, 국가폭력의 역사적 문제성, 여성을 둘러싼 공포와 불안의 정체, 이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작가적 진정성, 죽음 충동의 문학적 형상화, 세련된 연애 서사의 존립 여부 등이 3부에 수록된 작품론들을 통해 탐구해본 핵심적 테마들이다.
4부 ‘한국문학 비평의 맥락들’에서는 최근 한국문학이 낳은 비평들을 대상으로 한국비평의 맥락을 조망한다. 대상이 된 비평들은 통일을 지향하는 실천적 사유, 창발적 문학 탐구의 전범, 리얼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성찰, 역사·유물론적 문학 이론의 계보 등을 탐색한 것들이다.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김윤식의 ‘한일문학의 관련 양상’을 중심으로 한 ‘이어령과 김윤식에게 일본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분단 극복의 간절한 서원과 실천-염무웅론’, ‘창발적 문학 탐구의 한 전범-방민호론’ 등 5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문학이라는 바다를 오랜 시간 바라본, 때로는 물안경 하나만 가지고 그 심연 속에 잠수해본 기록의 일부다. 여러 평론집을 내놓으면서 가져온 포기하지 않는 나름의 원칙 하나가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읽자’는 것이었다. 이번 평론집 또한 거기에 이르고자 한 분투의 산물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