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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향수에 빠져 ‘안동 16년’ 담다

피현진기자
등록일 2022-03-31 20:11 게재일 2022-04-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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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람 사진작가 이동춘<br/>종가 사람들 삶 사진으로 기록<br/>선비정신 묻어나는 한옥과 <br/>전통문화 면면도 렌즈에 담아 <br/>임란 전 한옥에 사는 삶 매료돼<br/>왕복 600㎞ 거리 수시로 오가<br/>해외 돌며 종가 테마 사진전도<br/>
사진작가 이동춘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동의 종가에 매료돼 종가 사람들과 삶터를 사진으로 기록해온 사진작가가 있어 화제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안동을 건넌방처럼 드나드는 사진작가 이동춘(60)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안동의 종가에 푹 빠져 16년 동안 한옥뿐 아니라 관·혼·상·제의 원형을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작가는 종가, 종택의 풍경과 문화유산을 한 장의 사진에 응축해서 표현한다. 선비정신이 묻어나는 한옥은 물론 의식주와 제사 등 전통문화의 면면을 렌즈에 담았다.


“종가가 특별한 이유는 집집마다 역사가 흐르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종가의 의례와 예법은 인간이 자신의 근원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다잡아 일으켜 세우는 가장 대표적인 의식이다”고 말하는 이 작가. 하지만 그녀는 종가에 처음 발을 들인 2000년대 초반 서러움도 많이 당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종가의 남녀 간 분별은 극심했다. 이 작가가 종가를 방문하면 문중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여자가 남의 집 제사에 참관하며 사당을 들락거리고 제청에 오르는 법은 없다. 촬영은 고사하고 곁눈질도 관례상 없었다”며 어깃장을 놓기 일쑤였다.


이 작가가 짧은 머리를 한 것도 이때다. 남자 옷을 입고 최대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감췄다. 예술가로서 사명감과 진정성을 보인 도전이자 실험이었다. 그러길 3년, 낯선 사람이라면 빗장부터 잠그고 보던 종손들이 먼저 이 작가를 찾았다. 어떤 종손들은 제사 등 문중 행사의 일정까지 알려주기도 했다.


이 작가가 안동에 첫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와룡면 군자리 후조당을 보고 임진왜란 이전의 한옥에서 사람이 살고있는 모습과 퇴계 선생의 친필인 후조당 현판에 매료됐다. 인근 탁청정은 수운잡방의 저술을 시작한 김유의 집이고 수운잡방을 물려 받은 설월당 김부륜의 집도 지척이다. 당시 설월당 종손의 “조상에게 물려받은 이 집의 종이 한 장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서 물려주니 너도 지켜달라”는 말은 이 작가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이후 이 작가는 오로지 한옥, 그 하나만 보고 서울에서 왕복 600㎞에 이르는 거리를 수시로 오가며, 안동의 고택과 사람 이야기에 천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서울 인사동, 독일 베를린, 헝가리 부다페스트, 불가리아 소피아, 미국 UC버클리, LA한국문화원 등 해외를 돌며 ‘선비정신과 예를 간직한집, 종가’를 테마로 사진전도 수없이 열었다.


이 작가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작가는 “종가의 사람들인 종손들의 삶과 의례의 공간은 지난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남겨진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종가를 맞이하는 것은 잊고 있던 유년의 추억과 조상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펼쳐지는 마법과도 같은 풍경”이라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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