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요일, 경기장 부근은 구경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얼음골 빙벽 구경을 왔던 이들도 아이스클라이밍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에 신기한 듯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지켜봐야 했다. 경기장을 마주한 건물에는 선수들을 위한 편의시설뿐 아니라 관람객을 위한 볼거리며 놀거리, 관람석이 잘 갖추어져 있었지만 개방되지 않았다. 팬데믹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가장 먼저 앗아간 것이다.
경기장 옆 카페 유리 너머로 선수들을 지켜보았다. 1년에 한 번뿐인 경기를 놓치기 싫은 마음은 누구나 같은 모양인 듯했다. 유리에 붙어선 이들이 꽤 있었다. 몇 해 전, 가까이에서 세계대회를 지켜본 일이 있다. 선수들의 거친 호흡마저 들릴 것 같은 관람석에서 사람들은 함께 걱정하고 함께 환호했다. 폐막식이 열리던 날은 세계인의 축제였다. 그들은 돌아가서도 대한민국과 청송을 잊지 않겠노라 말했었다.
내년부터 청송에서는 아이스클라이밍 세계대회가 재개된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얼음골에서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진다니 생각만으로도 신명 나는 일이다. 가마솥에선 고깃국이 끓어 넘치고 꽁꽁 언 개울에서는 앉은뱅이 썰매를 즐기는 아이들로 부산하겠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고 세계 곳곳의 청년들이 빙벽을 타기 위해 이곳 청송 골짜기를 찾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박월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