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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이 행복한 이유

등록일 2022-02-09 20:22 게재일 2022-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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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제24회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됐다. 개막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판정 논란이 일고 있다. 남자 쇼트트랙 1천m 준결승전에 출전한 우리나라의 두 선수도 실격 처리됐다. 경기를 직접 관람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황당하고 어이없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줄 결과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천500m 경기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값진 첫 메달이다. 주인공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같은 종목의 동메달을 땄던 김민석 선수이다. 첫 메달의 영예를 안은 김민석 선수의 인터뷰가 궁금했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했다. 다른 네덜란드 선수들이 저보다 잘 탔기 때문에 제 경기에 승복하고 결과에 만족한다.” 그런데 4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이번에도 똑같다. 지난번 대회의 결과를 설욕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을 텐데 23세 동메달리스트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밝았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프레임’이라는 책에서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를 설명했다. 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점인 반면, 은메달리스트는 4.8점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가상의 성취’ 때문에 발생한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동메달리스트는 노메달을 비교 기준으로 삼았기에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을 기록했다.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62위이고, OECD 38개국 중 35위에 해당한다.

1974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2008년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 교수와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부유한 국가일수록 복지 인프라가 발달해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을 방증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3월 9일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르는 순간, 대선 주자들도 사활을 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관심은 권력이라는 금메달을 쟁취하는 것이지만, 국민들은 동메달과 노메달도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고 행복 선진국으로 이끌어줄 지도자를 간절히 찾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얼마 후인 3월 20일은 ‘세계 행복의 날’이다. 새로운 지도자와 정부는 경제 성장과 복지 증진을 함께 이루어내며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수 있을까. 또한 우리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반목, 불신과 불공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 메달의 색깔과 관계없이 행복한 세상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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