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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통’ 칠곡 다정이용소 없어지나… “보존 고려해야”

김락현기자
등록일 2022-01-12 20:35 게재일 2022-01-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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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읍 구도심 개발 사라질 위기<br/>옛 이발도구·사진 등 문화 간직<br/>주민 “지자체 나서 논의해봐야”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칠곡의 한 이발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2일 칠곡군에 따르면 다정이용소는 1960년대 후반부터 동네 어귀에 자리잡아 옛 왜관장터 골목길을 지켜왔다.


다정이용소 주인이었던 고 박철용씨가 지난해 5월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 곳의 영업은 60년간 이어져 왔다.


박씨는 17세부터 이발업을 시작해 평생 이발소 일만 해오며 연세가 지긋한 동네 어르신과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이발을 해주기도 했다.


박씨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는 그의 부인이 지금까지 다정이용소를 그대로 보존해 왔다.


다정이발소에 들어서면 박씨의 손때가 묻고 세월이 덧입혀진 목재로 만든 옷보관함, 거품솔, 오래된 면도기와 수동 바리캉 등으로 세월의 강을 거슬러 올라온 느낌이 든다.


박씨는 현대식 이발도구가 아닌 전통 방식의 이발 도구만 고집하며 세월을 되돌려 깎았다.


이발소 한편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 사진과 손님들의 머리를 감아주던 물조리개도 아직까지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벽면을 채운 타일, 그림, 수건, 사진 등의 오래된 물건들은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최근 왜관읍 구도심에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면서 다정이용소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다정이용소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주민 이모(68)씨는 “다정이용소 주인 할아버지는 생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 이발봉사를 하는 등 주변을 도우며 살았다”며 “세월 속에 낡은 것이 사라져 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지만 이렇게 옛것들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은 지자체가 나서서 보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칠곡/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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