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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물맷돌

등록일 2022-01-12 20:14 게재일 2022-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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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입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이름도 같이 언급됐다. 그는 자신이 거대 양당을 상징하는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다윗임을 강조한다.

현재 국회의원이 3명뿐인 국민의당이지만, 마크롱이 당선됐을 때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시계를 5년 전인 19대 대선 때로 돌려보자.

안철수 후보는 그때도 똑같은 말을 했다. 골리앗은 기득권을 상징하는 거대 양당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돌풍을 일으킨 마크롱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시켰다. 한 번만 더 타임 슬립을 해보자.

2013년, 서울시 노원구에서 재보궐선거를 준비하던 안철수 후보는 청소년들과 즉석 만남을 가졌다. 늦은 밤에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고등학생들에게 그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했다. “거대한 골리앗과 맞설 때 다윗은 원래 입던 양치기 옷에 원래 쓰던 돌멩이 하나로 골리앗을 이겼습니다. 가장 잘하는 걸로 싸워서 이긴 것입니다.”

안 후보가 말했던 돌멩이는 물맷돌이라고 일컬어진다. 물매는 가축을 맹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대의 목동들이 쓰던 투석구였다. 물맷돌은 시속 70~80㎞의 속도로 날아가면서 200미터 떨어진 곳의 목표물도 명중시킨다고 한다. 목동 출신 다윗의 비장의 무기가 물맷돌이었던 셈이다.

근 10년간 안철수 후보는 다윗과 골리앗의 예화를 애용해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갈고닦은 물매 실력을 보여줄 때도 됐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의사이자 벤처기업 CEO 출신답게 과학기술 강국의 청사진과 코로나19 극복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안철수 현상, 안철수 신화란 말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는 서울 시장 후보와 대통령 후보를 당시 야권에 모두 양보했다. 다자 대결 구도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독자 출마를 선택했다. 하지만 MB 아바타 논란으로 고전하며 3위에 그쳤다.

올해 치러지는 20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현상이 아니라 안철수 현실이 존재한다. 그의 선택 여하에 따라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 그는 독자 출마와 후보 단일화의 경계에서 제3지대를 구축하고 있다. 그로 인해 거대 양당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1위와 2위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을수록 안철수의 존재감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독자 출마를 감행할지, 후보 단일화를 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설날을 전후한 지지율 추이가 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에는 간철수가 아닌 강철수가 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해에는 경제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골리앗이란 존재는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일 수 있다. 안철수의 물맷돌이 비유인지, 실체인지를 증명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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