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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의 덕목은 ‘청렴’이다

등록일 2021-12-05 19:39 게재일 2021-12-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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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숙희 시인·포항문인협회 회장
서숙희시인·포항문인협회 회장

내년 2022년은 월드컵이 열린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다소 뜬금없지만 2022년이 얼핏 2002년과 겹쳐 보인다. 2002와 2022는 시각적인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일치하는 숫자가 많다. 새삼 그때의 감동이 상기되면서 월드컵이 열리기 1년 전인 2001년에 우리는 어땠는가를 생각해 본다. 온 국민이 우리나라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면서, 혹은 우승 국가를 점치면서 얼마나 설레고 또 얼마나 흥분했던가.

그로부터 꼭 20년 후, 2002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가 비슷한 2022년은 바야흐로 선거의 해다. 대선을 비롯하여 4대 지방선거까지 열리는, 선거에 선거를 거듭하는 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축제라고 했던가.

선거라는 축제를 1년 앞둔 지금 우리는 축구 축제인 월드컵을 1년 앞둔 그때처럼 한마음으로 설레면서 그날을 기다리는가.

나라의 지도자를 뽑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뽑는 일, 당연히 즐거워야 하고 설레야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미 막이 오른 대선판도 그렇지만 몇 달 후면 지역은 지역대로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 어수선함을 넘어 혼란의 소용돌이를 겪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편치 않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과 덕목은 무엇일까. 200 년도 더 된 고전, 목민심서를 21세기에 다시 소환해 본다. 목민관의 자세와 도리를 밝힌 목민심서의 키워드는 ‘청렴’이다. 200 년 전의 말이 여전히 유효하고 여전히 강조되어야 함은 무슨 의미일까.

다산은 청렴함에서 위엄이 나오고 신뢰도 나온다고 하였다. 청렴은 단순히 부정한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것 이상이다. 청렴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정직하고 공정하여 스스로 당당하다는 것이다.

며칠 전 한 일간지의 설문조사 내용 중,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갖추어야 자질로 ‘도덕성’과 ‘미래비전’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지역을 이끌 지도자로 해석해도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설문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것은 아니겠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상이 무엇인지는 분명한 것 같다.

그것을 뒤집어 해석하면 그만큼 우리의 지도자들이 지금까지 도덕적이지 않았고 미래비전에 약했다는 말이 아닐까.

도덕성은 곧 청렴이다. 청렴의 바탕 위에서 비로소 다스리는 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니 모든 것의 근본이요 바탕이다. 논어에서 말한 회사후소(繪事後素)처럼 말이다. 청렴에 더해서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를 지닌 통섭의 사고와 지혜를 지닌 지도자이면 더 좋겠다. 눈앞의 단편적인 생각에 묶여, 혹은 사소한 감정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없는 품이 넉넉하고 품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겠다.

우리 지역의 지도자에게 바라는 또 하나를 덧붙이자면,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예술문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가치나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 또한 아니기에 다른 분야에 비해 후순위가 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우리의 지도자가 어디서 백마 탄 초인 같이 홀연히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초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내년 선거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가려지기를 바란다. 그런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20년 전 2002년 월드컵처럼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제가 되고, 거기서 뽑힐 지도자를 지금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시간이면 좋겠다. 선하고 깨끗한 품성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 거기에 시와 음악과 미술의 가치를 아는 문화적 감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로 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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