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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축제처럼

등록일 2021-10-04 19:45 게재일 2021-10-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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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한창 가을날이 익어가는 시월은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이라 해서 하늘연달이라 하기도 한다. 양떼구름, 새털구름을 띄우는 하늘은 점차 높푸르러 가고 들판엔 황금물결이 일렁이는가 하면, 산에는 조금씩 초록에 지쳐가는 잎새들이 슬며시 물들어가는 듯하다. 멀지 않아 천자만홍, 만산홍엽으로 결실과 단풍을 부를 계절은 저마다의 색과 빛과 몸짓으로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라도 펼칠 참이다. 이 같은 자연의 변조에 어우러져 유난히 축제가 많은 10월은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미증유의 코로나19가 축제의 발목을 잡아온지 벌써 2년째, 그러나 언제까지 코로나만 탓하고 움츠리며 몸만 사릴 것인가? 궁하면 통한다(窮則通)고, 없으면 없는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싶다. 축하와 제전의 의미를 담아 문화, 예술, 체육 따위와 관련하여 성대히 열리는 사회적인 행사인 축제(祝祭)는, 사람 사는 세상의 중요하고 긴밀한 연결과 화합의 요소라 할 수 있다. 축제를 통해 사람들의 유대와 소통은 활발해지고 협력과 일체감은 강화된다. 또한 축제는 밝은 내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문화, 관광, 예술 전분야의 핵심적인 성장동력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순기능적인 측면의 축제가 명맥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고민과 착잡함이 빠져드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주변 분위기와 처한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과 유효적절한 아이템으로 축제의 다변화된 양식을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비대면, 비접촉 상황임을 전제한 온라인 축제나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이색 테마 등은 한결 축제의 다양성과 흥미로움을 유발할 것이다. 실제 문경찻사발축제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곳도 이미 있다.

‘문화의 달’답게 포항에서는 지역과 전국 규모의 굵직한 축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지역의 고유한 ‘일월 정신문화 전승’ 차원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제14회 일월문화제와 ‘생활문화 백신(100 Scene)으로 만나는 새로운 일상’을 주제로 10월 4일부터 일주일 간 개최되는 ‘2021 전국생활문화축제’가 그것이다. 특히 전국생활문화축제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가을에 열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활문화축제로 전국 시군구 5천여명의 생활문화인들이 비대면으로 접속하여 각 지역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다. 올해는 제8회째로 포항을 메인 스튜디오로 하는 메타 유니버스와 생활문화TV온오프라인 등으로 전국을 연결해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축제를 통해 지역문화의 고유성과 다양한 생활문화의 가치를 이해하고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일상을 살고 있는 지역민과 전국의 생활문화인에게 위로와 안부를 전하며, 아울러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누리면서 용기와 희망을 가져 보길 기대해본다. 일상의 쉼표에서 문화를 느끼며 축제장의 만남을 통해 코로나19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기회로 여긴다면, 삶이 한결 여유롭고 향기롭지 않을까? 매일매일 숙제(?)하듯이 살지 말고 일상을 축제처럼 즐기며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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