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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가을 태풍에 “또 농사 망칠라”

피현진기자
등록일 2021-09-13 20:16 게재일 2021-09-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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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투 북상에 농민들 전전긍긍<br/>  도내 16일부터 본격 영향 전망<br/>  지난해 마이삭·하이선 타격에<br/>  올해도 병해충·일손부족 최악<br/>“수확기에 관통 상상조차 싫어”

14호 태풍 북상 소식에 지역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폭염에다 유난히 길었던 가을 장마가 걷히자 곧바로 태풍이 들이닥쳤다. 농작물의 결실기에 닥친 긴 장마는 작황부진과 병해충을 동반하며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그나마 겨우 일으켜 놓은 결실이지만 수확을 앞두고 태풍마저 쓸고가면 수확물이 거의 없어지니 사실상 폐농을 선고해야 할판이다.

제14호 태풍 찬투는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13일 오후 3시 현재 상하이 동남동쪽 200㎞ 해상에서 시속 25㎞ 속도로 북북서진 중이다. 중심 최대 풍속은 초속 39m(시속 140㎞), 중심 기압은 960hPa(헥토파스칼)로 대만을 지나면서 위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경북은 16일부터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역에서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농가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지역의 농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미입국 등 일손 부족에가 여름 가뭄, 가을 장마까지 이어지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태풍이 지난해 정도의 피해만 남겨도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고 크게 걱정하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늘 일손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코로나와 올 봄 안동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으로 일손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농작물을 키워내는데 예년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태풍 피해를 입게 되면 결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진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피해 갔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농민은 “지난해 태풍으로 추석을 앞두고 낙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가을 태풍은 이제 매년 찾아오는 단골손님으로 우리 농민들의 재산을 갉아 먹고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내고 지나간다”고 불평했다.

그는 “올해는 봄철 병해충 피해와 일손 부족 등 최악의 상황을 겪었는데 태풍까지 우리 지역을 지나간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태풍의 이동 경로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일단은 포항 등 지난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해서 응급 복구를 마치고 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있다”며 “농작물의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주를 세우는 등 농민들을 대상으로 예방 홍보를 펼치는 동시에 풍·수해 보험 가입을 독려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농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에는 지난해 이맘때 들이닥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은 농경지 1천434㏊, 농업시설 14ha의 피해가 났다. 당시 청송이 422ha로 가장 많았고 경주 208.6ha, 안동 196ha, 영천 147.7ha 등이다. 작물별로는 과수 낙과 513.8ha(사과 764, 배 10 등), 쓰러짐 5.05ha(벼 434, 사과 55, 복숭아 8.5), 침수 139ha(벼 80, 고추 14, 무 6, 멜론 1.8 등)로 집계됐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북상 중인 제14호 태풍 북상에 대비해 13일 관계기관 대책 회의를 열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우선 호우에 대비해 산사태 취약지역과 급경사지를 사전점검·보강하고, 해안가 저지대 배수시설을 정비하는 등 만조에 대비토록 했다.

또 저수율이 높은 댐은 사전에 방류하고, 도심 내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나 둔치주차장, 하천변 산책로 등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강풍에 대비해 과수·농작물은 조기 수확하도록 독려하고, 해안가 고층 건물의 피해가 없도록 안전조치를 하도록 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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