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몸과 마음 사이

등록일 2021-09-06 19:55 게재일 2021-09-07 18면
스크랩버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근 20일째 가을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우려와 이변도 뒤따르고 있다. 집중호우가 수시로 내리고 태풍이 쏟아낸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부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또한 일조량이 부족해 곡식과 과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예찰과 더욱이 장기적인 우천과 흐릿한 날씨가 주는 우중충함으로 코로나 블루의 침울함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를 가을의 길목이다.

사람이 보고 듣고 맡고 맛보며 느끼는 등의 감각은 순전히 외부적인 현상과 사물에 대한 반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희소식을 듣거나 맛난 것을 먹으면 기쁘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감각기관의 촉수에 따라 인식과 느낌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동일한 현상을 두고도 달리 여길 수 있음은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몸으로 느끼거나 받아들인 것을 마음이 알고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지과학(認知科學) 측면에서는 인간이나 생물의 인식과정을 대상으로 한 지식의 표현, 추론기구, 학습, 시각·청각 등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왔다. 하지만 몸이 느끼는 것을 마음마저 일치시켜 함께 느끼기란 결코 만만찮고 쉽지 않은 일이다.

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직감적으로 움직이는데, 마음은 태평이고 무덤덤할 때가 많다. 또한 행실은 바르고 착한데 마음은 악하고 독한 경우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곧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이며, 마음은 가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몸은 원하는데 마음이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 그것은 곧 진심과 진솔함이 아닐까 싶다.

옛 현인들은 몸과 마음의 일체와 수양을 위해 수신과 도야를 일삼으며 마음의 밭에 진실의 나무를 심고자 노력했다. 진실되고 너그러운 마음의 바탕에서 건실한 나무가 튼실히 자라난다고 굳게 믿었다.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은 하나이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감각적, 감정적 상태와 신체적 변화 사이에는 연관성이 많다. 이를테면 사랑에 가슴이 뛰고, 슬픔에 창자가 끊어지며, 분노에 피가 치솟는다고 하는 것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몸과 마음 사이에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명상(瞑想)’이 있다. 흐트러진 마음을 모으고 번잡함을 가라앉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명상은, 사유와 관조를 통해 성찰하는 일종의 마음수련이라 할 수 있다. 알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듯이, 평온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비추어보면 코로나에 찌든 심약함도, 구름처럼 드리워진 우울감도 말끔히 치유되지 않을까?

心山書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