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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장 수해복구 현장에서

등록일 2021-08-30 20:07 게재일 2021-08-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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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동동거리면서 시작된 팔월이 건들바람결에 마무리되고 있다. 설마하던 코로나19 감염 4차 유행이 수도권과 지방 전역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위중증자와 사망자가 갈수록 늘어나니 초조와 불안이 가중된다. 거기에 지난주 12호 태풍이 몰고온 엄청난 폭우로 포항 죽장면 일대의 도로와 주택, 농경지에 많은 피해를 가져와 시름을 더하고 있다. 코로나의 난맥상에 자연재난까지 겹쳐서 여전히 안절부절 동동거리고 있다.

다른 지역이나 어디 먼 곳의 일처럼 여길 때가 많았었는데, 막상 우리 지역, 그것도 자주 드나들던 곳이 하루 아침에 수마에 할퀴고 막대한 피해를 입게돼 피해주민들은 얼마나 애가 타고 허탈해할까? 70년을 넘게 입암리에 살면서 이렇게 물난리가 난 적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분이나, 올해 농사는 접는 셈치더라도 사과나무가 뿌리채 뽑히고 농기계마저 떠내려가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는 분들의 탄식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피해현장은 억장이 무너질 정도지만 복구의 손길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피해지역마다 각계각층의 봉사와 구호물품의 지원이 이어지고 온정을 나누는 모습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항시와 유관기관은 군인,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수천명의 인력과 수백대의 장비 동원으로 서서히 상처를 씻어내고 복구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자 역시 포항예총 산하단체 수해복구의 일환으로 지난 휴일 방흥리 수해현장에서 포항문인협회 회원 등과 함께 작으나마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간간이 비 내리는 중에 장화를 신고 자갈에 휩쓸린 사과나무를 일으켜 세우며 가지에 쌓인 풀잎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다 보니 하루가 금세 갔지만, 한결같이 노력과 정성을 다했다.

죽장지역의 폭우로 인한 피해 규모는 조사가 진행될수록 눈덩이처럼 계속 커지고 있다. 죽장면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많아 마을이 주로 하천 주변에 형성돼 있어서, 이번에 하천 범람과 도로 유실 등으로 북부지역 마을 대부분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 근 3년 전에 발생한 포항촉발지진 피해조사 마감이 8월말인데, 죽장지역에 한정되지만 폭우 피해조사를 해야 하니 포항시가 이래저래 바람 잘날 없는 나날이 돼가는 듯하다.

사람사는 세상에는 풍파와 재해가 끊이질 않는다지만, 태풍이나 홍수, 지진 같은 자연재난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다. 천재지변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재앙과 불행 앞에서는 누구라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기상이변으로 인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풍수해 예방책이나 효과적인 대응체계로 인명이나 재산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듯싶다.

예기치 못한 폭우로 초토화된 수해현장에 그래도 재해 구호와 복구에 온정의 손길이 타지역에서까지 답지해 아름답기만 하다. 어려움 앞에서는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힘을 합해 협력하고 봉사하며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뻗어야 하리라. 그래서 수해복구를 앞당기고 수마의 상흔을 애써 지워 더이상 동동거림 없는 가을을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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