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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삼매경

등록일 2021-07-26 20:00 게재일 2021-07-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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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의 한복판, 삼복더위가 본때를 보이고 있다. 짧은 늦장마가 물러나기 무섭게 염천(炎天)은 대지를 달궈 대고 폭서는 염소뿔이라도 녹일 듯 사정없이 작렬하고 있다. 열돔 현상 탓인지 한반도를 에워싼 열(熱)공기층이 고기압에 지붕처럼 갇혀서 코로나19 감염증의 4차 대유행의 기세 못지않게 사람들의 머리 위로 화살 같은 폭염을 내리꽂고 있다.

여름은 덥기 마련이지만 출구 없는 터널 같은 코로나 감염증의 재확산에 가뜩이나 지쳐가는데 더위마저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지역감염의 점차적인 확산세를 꺾기 위해 전국 피서지나 야영장의 인원제한과 시설물 통제, 이동자제 권유 등으로 피서마저 쉽사리 떠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코로나에 시달리고 무더위에 주눅든 나날 속에 허우적대기만 할 것인가? 코로나의 와중에도 저마다의 생활 패턴 변화와 나름의 습성으로 한줄기 시련 같은 여름날을 차분하게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와 한판 붙어본다든가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집중하는 삼매경(三昧境)에 빠지다 보면 날름거리는 폭양의 혀쯤이야 가볍게(?)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도 자전거 출퇴근을 고수하고 있는데, 간혹 주말 라이딩을 할 때는 더위와 정면승부라도 하듯이 푹푹 찌는 포도(鋪道)나 비탈진 흙길을 거침없이 달리면서 정말 비오듯 땀이 쏟아져도 몸과 마음은 외려 가뿐하고 개운함 속에 모종의 희열감을 흠뻑 맛보곤 한다. 그리고 혼자만의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흥취에 젖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얼씬도 못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묵향이 피어나는 서실에서 서책을 뒤적이며 붓 끝에 마음을 모아 선지에 한 점 한 획 써내려 가다 보면 운필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열기 속에 더위는 아예 무색케 된다. 또한 오죽(烏竹) 잎새 가벼이 일렁이는 뒷마루에 편하게 앉거나 누워 관심있는 책을 탐독하다 보면 기웃대던 더위 따윈 댓잎의 바람소리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만다.

각인각색이라 제 나름의 피서법이 있겠지만 필자가 이처럼 수년째 즐기며 터득한 여름 나기 방식은 일종의 삼매(三昧)같은 마음훈련이 아닐까 여겨진다. 삼매란 순수한 집중을 통하여 마음이 고요해진 일심불란(一心不亂)한 경지를 말한다. 그러한 상태에서 일을 하거나 학습, 운동에 몰두하면 주변의 상황에 개의치 않고 심취하여 열의를 쏟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선택과 집중, 도전과 열정도 어찌보면 이 같은 삼매가 바탕이 된 마음작용이 아닐까 싶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정신집중이 잘돼야 선전(善戰)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삼매경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취향과 요령을 살려 건강한 여름날을 보내리라고 본다. 미증유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의료재난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재난의 위기로 파급되는 현실에 더위까지 먹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고 긴요한 대응을 해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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