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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다하지 못한 봉사의 꿈 이뤄다오”

김락현기자
등록일 2021-07-22 20:06 게재일 2021-07-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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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투병 20대 청년 유준범씨<br/>  유언장 알려져 주위 심금 울려<br/>“너는 세상의 빛 나는 밤하늘 빛<br/>  우리 빛이 돼 다시 만나자” 전해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유준범씨. /칠곡군 제공

“친구들아 부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내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란다.”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둔 한 젊은 청년의 유언장이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칠곡군 왜관읍에 거주하는 유준범(20)씨다. 그의 꿈은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자신이 다하지 못한 봉사의 꿈을 친구들이 대신 이뤄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유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독거노인을 돌보는 등 왕성한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순심중학교 전교학생회장, 순심고등학교 전교부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과 사교성이 뛰어났고 거친 축구경기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다.

탄탄한 대로를 걸어갈 것 같은 유씨에게 2017년 청천벽력과 일이 벌어졌다. 빈혈 증상이 계속돼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초기 백혈병인 골수이형성이상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2차례의 항암치료에 이어 누나 골수까지 이식받아 완치의 희망을 가졌으나 2019년 9월 다시 재발했다. 이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끝에 잠시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으나, 지난해 5월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되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유씨를 일으켜 세우며 용기를 준 것은 바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이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을 때에도 소아암 병동에 있는 유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또 2018년부터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매달 일정액을 기부해 오고 있다.

그의 부모는 유씨의 꿈을 이루는 것을 돕기 위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집을 월세로 돌렸다. 아버지는 낮에는 막노동과 밤에는 식당일로 치료비를 마련했고, 그의 누나는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가 남긴 유언장. /칠곡군 제공
그가 남긴 유언장. /칠곡군 제공

가족들의 이러한 노력과 기도, 유씨의 간절한 바람에도 지난 1월부터는 항암치료가 무의미해지고 고통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치료가 된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하루를 수면제와 마약성 진통제로 견뎌내던 유씨는 정신이 있을 때 누나를 통해 유언을 남기기로 했다. 눈물을 흘리며 유언을 받아쓴 누나에게, 유씨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유언장을 통해 “너는 세상의 빛이 되고, 나는 밤하늘 빛이 돼 세상을 밝히자. 우리 빛이 돼 다시 만나자”고 전했다.

이러한 소식이 유씨의 고향인 칠곡군에 알려지자 그의 이름을 딴 봉사단 모집을 알리는 글이 SNS에 게시되고, 그의 꿈을 응원하고 기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준범씨의 어머니 윤경미씨는 “아들은 죽어서라도 세상의 빛이 되고 싶은 마음에 별이 되고 싶어했다”며 “아들을 기억하고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로 인해 마지막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칠곡/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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