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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쉴 기력조차 더는 없는데…

김재욱기자
등록일 2021-07-19 20:32 게재일 2021-07-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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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5인 미만’에 분통<br/>  사전통보·계도기간 일절 없이<br/>  지침 시행 당일에야 공문 받아<br/>  예약 단체 손님들 줄줄이 취소<br/>“이젠 정말 포기하고 싶은 심정” <br/>  구미지역 대기업들, 직원들에 <br/>  모임제한하라 권고 ‘설상가상’

“사전 통보도 없고, 계도기간도 없는 거리두기 강화에 자영업자들은 다 죽어납니다.”

사적모임 인원 4명 이내 제한 방침이 시행된 19일 대구 경북지역 자영업자와 기업체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북도내 23개 시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사적 모임 인원제한이 없었고, 대구는 지난 15일부터 사적모임 8인까지 허용됐다가 갑자기 4명 이내로 코로나 방역지침이 대폭 강화됐다.


그러자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강화와 관련 사전 통보나 계도기간에 대한 사전 설명이 없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대구시는 자영업자에게 통보하는 정식 공문을 거리두기 강화 당일인 19일 오전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8인 이하 기준으로 단체 예약을 한 식당가에서는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


대구에 한 식당 주인 김모(37)씨는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것을 대구시가 아닌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고 전 날 알았다”면서 “거리두기 당일인 오늘 오전 대구시로부터 사회적거리 두기 방역 지침을 포함한 공문을 받았다.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적어도 계도기간이라도 있었으면 식당가가 피해볼 일은 없었을 것인데 아무리 위급한 시국이라지만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내리는 공문에 따라 성실히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먹고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 대구시의 결정은 우리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라고 표현했다.


수성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박모(62)씨는 “일주일 전부터 미리 예약을 받아서 음식 재료를 미리 다 준비해놨는데, 오늘 오전부터 줄지어 취소전화를 받았다. 장사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음식점의 피해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두기 인원 축소에 시간제한까지 동반하기 때문이다. 또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식당 직원들의 근무 시간까지 너무 자주 바뀌어 곤란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식당관계자 김모(41)씨는 “8인일 때는 다시 예약 손님도 늘고 일반 손님도 많이 찾았는데, 당장 시행 첫 날인 오늘만 봐도 식당을 찾는 손님이 40% 가량 줄었다. 이제는 포기하는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확진자가 늘어나면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줄어들면 바로 제한을 푸는 즉흥적 방역지침 운영은 자영업자들에게 지옥같은 상황이다. 운영주도 힘들지만 식당에서 일해 생계를 이어가는 직원들은 도대체 무슨 죄냐”고 울분을 토했다.


기업 종사자들이 많은 구미지역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사적모임 5인 이상 금지 조치에 앞서 수도권 4단계 방역지침이 운영되면서 지역 상권이 거의 파산지경에 내몰렸다.


본사와 주요 납품처가 수도권인 삼성과 LG, 도레이, 아사히, LS전선 등 대다수의 대기업들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 기준을 따르도록 해왔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경북도내 ‘사적모임 5인 이상 금지’조치를 내리자 일부 기업들은 일과 시간 이후 사적모임을 더욱 제한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식과 외부 출장, 대면 회의 금지와 더불어 사실상 외부인을 만나는 것 자체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일과 시간 이후 직원들의 개인적인 사안에 관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에 있고, 전염성이 강한 델타 바이러스까지 확산에 있기 때문에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권고한 것일 뿐”이라며 “기업의 입장에선 가동하던 공장이 잠시라도 멈추게 되면 그 손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보다 높은 단계인 수도권의 4단계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이러한 방침은 인근 식당가와 까페 등 지역 상권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지역의 한 식당 주인은 “지난주부터 손님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점심때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었다. 대기업이 거리두기를 강화하니 하청업체들도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것 같다”며 “대기업 거리두기 4단계 적용과 사적모임 5인이상 금지, 거기에 휴가철까지 겹치니까 이 기간에 장사를 하는 게 맞는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하던 안하던 월세 같은 고정적으로 나가야 할 돈이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보다 고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정부나 지자체가 이해하고 지원대책도 함께 세워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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