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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와 기대

등록일 2021-06-28 18:27 게재일 2021-06-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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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담장 위 능소화의 배웅 속에 유월이 가고 있다. 길손인양 건듯건듯 불어오는 바람 결에 이제 막 피어나는 능소화가 나풀나풀 반기지만, 미끈 유월은 어느새 슬며시 상반기의 담장을 미끄러지듯이 넘고 있다. 초록 잎새의 변조 속에 여름채비를 하는가 싶었는데, 별반 해놓은 일도 없이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세월여시(歲月如矢)가 새삼스럽기만 하다.

상반기를 보내면서 저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진척과 성과가 있었는지는 각자가 헤아리고 챙겨야 할 몫이다. 개인의 목표와 계획, 애씀과 성취의 정도는 모두 자신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즉 단순 반복되는 무채색 같은 일상을 무지개빛 아름다움과 설레임으로 채우는 것은 순전히 자기자신이 새롭게 추구하고 힘과 정성을 쏟아 나가기에 달린 것이다. 하는 일이나 하고자 하는 과업의 경중 완급을 가늠하여 믿음과 의욕으로 몰입하고 밀어부치면, 자신과 주변에서 바라보는 요구와 기대를 어느 정도는 부응하고 충족시키지 않을까 싶다. 이른바 요구와 기대는 어쩌면 사람의 일생에 늘 따라붙고 함께하는 바람과 기다림이 아닐까 싶다. 태어나 자라면서, 자라나 배우면서, 배우고 일하면서, 일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성장, 성숙과정에서의 요구와 기대는 늘 존재하고 결부되며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 성공과 출세를 바라는 일은 모든 부모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희망사항일 것이다. 부모로서의 바람과 요구 속에 자식으로서의 요구와 기대가 어우러져 가정이 굴러가고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생활에 있어서 요구가 지나치게 많거나 기대가 너무 커지게 되면 예기치 못한 갈등과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요구(要求)란 받아야 할 것을 달라고 청하거나 모자람을 보충하고 과잉을 배제하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예컨대 부모가 자식들에게 무탈하기를 바라면서 몸조심하고 행복하기를 비는 마음과 비슷하다. 반면 기대(期待)는 자녀들이 학업을 성취하고 사업에 성공해서 출세하고 잘살게 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일들은 요구하는 수준과 기대하는 범위의 차이와 괴리 속에 차질과 파행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숱하게 나타난다.

최근에 조직과 사회적인 시스템의 요구와 기대수준의 엇박자로 인명피해와 물적 손실을 가져와 안타깝기만 하다. 철거건물 붕괴사고나 물류센터 화재사고 등은 직간접적인 사고원인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을 간과하거나 희망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을 너무 안이하게 경시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조직이나 시스템, 제품이나 운영 등에는 조건과 능력에 부합되는 최소한의 요구사항과 기대수준이 있기 마련인데, 그러한 요구나 기대에 따른 절차나 검토, 확인사항이 결여되거나 편법에 휩쓸리게 되면 결국 폐단과 불행이 파생하게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지키고 해야 할 것에 대한 요구치와 이루고 바라는 정도에 대한 기대치의 적절한 균형과 보합으로 보다 알찬 하반기를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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