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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포항에 박물관이 없다

등록일 2021-06-22 19:38 게재일 2021-06-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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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수필가
박창원수필가

지난 2015년 12월 16일, 포항시청에서 지역 국회의원 주최로 국립환동해문명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간담회가 열린 바 있다. 포항에 국립박물관이 필요한데, 가까운 경주에 국립박물관이 있으니 역사박물관은 어렵겠고, 환동해문명사박물관이라는 특수박물관을 유치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행사였다. 

그 당시 지역에서 다소 생소해 보이는 환동해문명사박물관 건립 문제를 논의한 것은 포항에 국립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포항시 역시 문명사박물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구체화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포항에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하면 박물관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박물관이 있기는 하다. 호미곶에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영일군에서 1985년에 장기갑등대박물관이란 이름으로 개관하고, 2002년에 국립등대박물관으로 승격한 이 박물관은 ‘등대’를 주제로 한 전문박물관이다.

흥해읍에는 영일민속박물관도 있다. 이 박물관 역시 영일군 시절인 1983년에 향토의 민속자료를 수집하여 전시하는 전문박물관으로 건립되었다. 이곳에는 현재 약 4천 점의 유물이 있지만, 지정문화재 한 점 없고, 연구·관리할 전문 인력 한 명 배치되지 않은, 껍데기만 박물관인 채 방치되고 있다.

포항바다화석박물관이란 것도 있다. 호미곶해맞이광장 새천년기념관 2층에 있는 이 박물관은 포항문화원장을 지낸 강해중 씨가 세계를 누비며 평생 동안 수집한 바다화석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2009년에 개관했다. 그러나 전시공간이 협소하고, 이마저 독립된 공간이 아닌 새천년기념관 내 일부 시설에 들어 있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고, 관람객이 적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에 있는 위의 세 박물관은 그 나름의 역할은 하겠지만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포항에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기에 지역에서 발굴된 많은 유물들을 타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생긴다. 대표적인 경우가 중성리신라비이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비석으로 흥해읍 중성리 도로공사장에서 발견되어 국보 제318호로 지정된 중성리신라비는 현재 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개발예정지에서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한 많은 유물들은 인근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가고 만다.

포항에는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낼 역사박물관이 필요하다. 국립박물관 유치가 어렵다면 시립박물관이라도 지어야 한다. 도시 규모가 포항보다 작은 속초, 양산, 밀양, 김천, 경산, 삼척 등에도 시립박물관이 있다. 특히 포항은 근래에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어 문화적 역량을 집중적으로 배양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박물관 하나 없이 문화도시라고 내세우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박물관을 지어 경주에 가 있는 중성리 신라비도 찾아오고,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포항의 문화재를 가져와 전시해야 한다. 이거야말로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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