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첫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사실을 두고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걸어서 2분거리”라며 시비를 걸다가 민주당 내에서조차 “부끄럽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흠집을 내려는 집권당 인사들에게 여권인사들조차 혀를 차는 이유는 민심의 변화와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이 이준석을 선택한 본질은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언행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을 디지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수의 선진국 대열에 오르려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디지털 강국이 되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엘리트 직원들을 따로 선발해 디지털 공부를 시키고, 기존 직원이 이직한 빈자리에 디지털 전문인력을 메우는 것도 다국적기업과 맞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국민의힘은 중앙당-시·도당-지역 당원협의회 식의 중앙집권적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평당원의 목소리가 중앙당에 수렴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지털 정당화를 통해 당 지도부와 실시간 의사소통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국민과의 소통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소통 플랫폼을 만들거나 카카오톡과 같은 기존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카톡을 통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구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대구시가 지난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때 52일만에 확진자 제로를 만들어 낸 데는 단체카톡방 덕이 컸다. 대구지역 병원장과 실무보직자들을 중심으로한 의료직능단체, 감염병 전문가, 각 상급병원과 민간 병원, 대구시 등 민·관 방역주체 간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단톡방이 병상확보와 중환자입원, 자가격리자 증상분류 등등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것이다.
국민의힘 각 시·도당에서는 요즘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하는 모양이다. 호남지역에도 신규당권이 급증한다니 놀랍다. 국민의힘으로선 이 대표의 출현으로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이 대표가 지금 명심해야 할 것은 인기가 올라갈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무부분에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인사를 두고 당 최고위원들과 패싱논란을 빚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이 이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사무총장직을 거부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 대표는 직설적인 말투가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야채가 아삭아삭하면서 부드러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재밌는 비유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하는 식으로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정의’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 대표가 ‘소명(召命)’이라고 표현했듯이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2배의 영역을 더 키워내야 한다. 그러려면 이 대표의 겸손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