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운동을 권한다. 평소에도 동네 뒷산이랑 철길 숲 산책을 다니는데 더 걷기를 일상화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 많이 걸으며 발바닥을 자극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방에서는 말한다.
내가 즐겨 걷는 곳이 두 곳 있다. 한 곳은 울창한 숲이고 또 한 곳은 확 트인 모래밭이다. 숲은 기계 서숲, 시골집 가는 날이면 그 둘레길을 걷는다. 읍내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간 곳에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은 작년까지만 해도 넝쿨과 잡목들이 뒤엉켜 정글처럼 답답해서 숲을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 했는데, 다행히 올봄부터 말끔히 정리하여 숲속 길이 만들어졌다.
기계 서숲은 경주 이씨 입향조 도원(桃源)선생이 낙향한 후 홍수와 찬 바람을 막기 위해 관민을 설득하여 제방을 쌓고 조림을 하여 일구어 놓은 3만여 평의 인공림인데 지역주민을 위해 시민의 숲으로 내놓았고, 포항시에서 ‘기계 서숲 맨발路’를 꾸민 것이다.
포장도로 좌우 두 개 숲속에 깨끗하게 잘 정비된 1.2km 정도의 산책길을 맨발로 걸으면 깔려있는 마사토 알갱이들이 발바닥을 따갑게 자극하지만 기분이 좋다. 잠시 소나무 둥치를 껴안고 심호흡을 하기도 한다, 입구 표지판엔 맨발 걷기의 효능이 적혀 있다. 혈액순환, 면역기능, 뇌 건강은 높아지고 혈액 점도, 불면증은 내려간다고….
하루는 비 온 후 숲의 맑은 공기 마시며 허리를 쭉 펴고 걷고 있는데 천천히 걸어오던 노부부가 “참 씩씩하게 걸으시네요”하며 부러운 듯 말을 건넨다. 이름 모를 풀꽃들이 예쁜 숲속 둘레길엔 긴 의자와 흙먼지 털이기도 있고 출구엔 발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정자에는 마을 노인들이 한담을 즐기고 있고, 인근의 학생들이 야외 수업 나온 모습도 보이곤 한다. 이 숲에서는 가끔 ‘숲속 음악회’도 열린다.
또 한 곳은 영일대해수욕장이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푸른 물결이 모래밭을 씻고 있는 바닷가에 이른다. 바다 시청에서 시작하여 긴 방파제 위를 걸어 빨간 등대까지 갔다 오면서 방파제 위 지압용 자갈돌을 깔아 놓은 곳부터는 신발 벗어들고 맨발로 걸어와 여객터미널 앞 모래밭으로 내려선다. 크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모래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동해의 기운이 온몸에 올라오는 듯 어깨가 펴지고 일정한 보폭으로 걸어서 영일대 누각에 오른다. 저녁나절 하루의 피로를 풀며 맨발로 걷고 있는 시민들이 즐거워 보인다.
포항시는 위 두 곳을 포함하여 송도 솔밭, 해도 도시숲, 흥해 북천수 등 ‘걷기 좋은 길 8선’ 부채를 만들어 알리고, 최근 연일에 ‘조박지 둘레길’을 만드는 등 ‘맨발路 20선’ 리플렛도 나누며 녹색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21년도 GreenWay 프로젝트는 ‘도시에 녹색 쉼표를 찍다.’를 추진 목표로 삼아, 도시의 생기를 되찾고 시민들이 삶의 여유를 즐기며 멈췄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려고 추진 중인 멋진 계획이다.
맨발로 그린웨이를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