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K바이오 랩’·대구 ‘이건희 미술관’ 분리해 유치전 결정 <br/>행정통합 목표 못 이룬 대구경북, 모처럼 양보·타협 빛난 ‘상생’<br/>이철우 “백년대계 차원서 뭉쳐야” 권영진 “내부경쟁 지양 토대”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를 앞두고 상생협력하기로 다짐했다. 이철우 도지사와 권영진 시장은 10일 긴급 회동을 통해 대구·경북 상생 발전과 국책사업 유치 공동협력 방안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주낙영 경주시장도 함께했다.
이날 만남은 최근 국가에서 추진하는 대형 국책 사업인 ‘(가칭)국립이건희미술관 유치(문화체육관광부 주관)’와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사업(중소벤처기업부 주관)’에서 경쟁보다 지역이 가진 역량을 모두 동원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로 ‘윈-윈’하자는 취지로 대구·경북은 물론 포항시와 경주시가 견해를 같이하고 향후 모든 과정에 공동 협력할 것을 천명했다.
이번 협의로 대구·경북이 각자 가진 장점을 살려 △이건희미술관은 삼성가(家)의 뿌리가 있는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이 참여하고 △K-바이오랩허브는 경북의 과학·연구·산업 인프라를 중심으로 대구가 협력해 다른 지역과의 유치전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북의 문화·예술과 대구의 첨단의료산업 역량을 교차 지원함으로써 타지역과의 경쟁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공동추진TF를 만들고 대구·경북이 상호 공무원을 직접 파견해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립 이건희 미술관’의 경우, 삼성가(家) 기증 작품 전시를 위한 미술관을 전국 17개 지자체가 뜨거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대구시와 경주시가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였지만 이날 대구와 경북이 한 목소리를 내기로 함으로써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국립 이건희 미술관’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콘텐츠를 대구·경북이 확보한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예술인과 미술애호가가 지역을 찾게 될 것이며, 인근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경주, 안동 등도 함께 방문하는 동반성장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가 준비 중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 공모가 진행 중에 있다. 총사업비 3천350억원(국비 2천500억원 지방비 850억원)이 지원되는 이 사업은 치료제·백신 등 바이오 벤처 창업과 성장 지원을 위한 △입주 공간 △핵심 연구장비 구축 △신약개발 전문서비스 △협업 및 성장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을 한다. 이 사업은 경북도를 비롯해 전국 12개 시·도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오는 14일 사업계획서 제출을 시작으로 현장실사와 발표평가를 거쳐 7월 중 입지를 최종 선정하게 된다. <관련기사 6면>
권영진 대구시장은 “그동안 K-바이오랩허브 사업 대구 유치를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주신 다수의 기업과 기관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K-바이오랩허브 사업과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서 대구와 경북이 한마음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협력한 경험은, 유치 성공이라는 성공사례 창출뿐 아니라, 앞으로 대구·경북이 상호 경쟁을 지양하고 동반성장해 나가는데 소중한 토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금까지는 본선 무대에서 수도권 등 타 지역과 경쟁할 지역 대표선수를 뽑는 과정이었다. 지역민들께 진행 과정을 바로바로 소상히 알리지 못해 우려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협의 과정은 평소에 다진 상호 신뢰가 탄탄해 어려움이 없었다”며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고 세계와 경쟁하는 과감한 도전을 해야 수도권 중심 논리에 대응하고 지역 균형발전도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K-바이오 랩허브’ 공모사업의 실질적 협력을 위해 대구·경북 공동추진 T/F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해 유치에 큰 힘이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