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은 대도시 골목이나 농촌지역 장터에 있는 슈퍼마켓, 약국, 옷가게, 빵가게, 음식점, 문방구 등이 내일도 모레도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이들 동네 가게들이 우리 공동체에 주는 순기능(順機能)이 얼마나 큰지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도 아마 드물 것이다. 만약 동네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다양한 기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공기나 물처럼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까 모두가 그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구시내 중심가에서도 오래전부터 장사가 안돼 하나 둘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적자운영을 견뎌낼 자영업자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15∼20% 인상되면 폐업을 하겠다는 답변도 26.7%에 달했다. 특히 종업원이 없거나 가족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자영업자 중에서는 40.6%가 현재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적어도 3명 정도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는 조사결과다. 장사가 안되고 매출이 시원찮다 보니 빚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대구·경북지역 자영업자 대출 변화 및 잠재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신규대출한 대구·경북 자영업자는 전년 말보다 30.9% 증가한 24만2천700명(대구 12만6천900명, 경북 11만5천900명)에 달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 자영업자 신규대출 증가율(24.1%)을 크게 웃돌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영업자 수가 많다. 취업자 2천700만명 중 550만명이 자영업자다. 그러니 자영업이 경기나 고용,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취약 경제주체인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최근 가동됐는데 한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만이라도 현 수준에서 동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은 어려운 시절 이웃끼리 콩 한쪽도 나눠먹고 살았다.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계와 품앗이로 대표되는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의 모델을 우리는 이미 자산(資産)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따뜻한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동네마다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지역경제에 가장 좋지 않은 모양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동네가게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