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1대 회장, 회생 절차중인 2대 회장 건설회사 파산 요구 진정 <br/>“감정 앞선 가혹한 처사” - “오죽하면 그랬겠나” 지역 반응 엇갈려
[상주] 부도가 나 법정관리 중인 상주지역 A건설업체에 대해 조속히 파산선고를 해달라는 진정서가 법원에 접수돼 지역이 뒤숭숭하다.
24일 대구지방법원 파산부 등에 따르면 최근 지역 내 최대 건설업체인 A기업을 상대로 법원 중재 하에 소액(82만5천원)이지만 채권·채무 관계를 조속히 해결하거나, 파산시켜 달라는 요지의 진정서가 상주지역 B환경업체 대표이사 명의로 접수됐다. A업체는 향토기업으로 수 십년 동안 지역민과 함께 해오다 2018년 11월 사업 중 부도를 맞았다. 현재는 채무 30%를 10년에 걸쳐 상환하는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여러 회사들을 상대로 200여억원의 채권 회수를 위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법원에 진정서를 낸 B업체 대표는 대규모 레미콘 회사도 경영하고 있으며, 초대 상주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A업체 대표도 B업체 회장에 이어 2대 상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레미콘 사용과 관련한 사전 협의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A업체가 축산물 유통업체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채무관계에 있던 B업체의 레미콘 70%와 B업체에 근무하던 직원이 대표이사로 있는 C업체의 레미콘 30%를 사용하겠다고 해 B업체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B업체 양측의 주장은 “사전 양해를 구했다”와 “말 한마디 없었다”로 엇갈리고 있다.
A업체가 부도처리 되기 전까지 두 업체는 건설과 레미콘이라는 밀접한 조합으로 수 십년간 동반성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 A업체는 1995년부터 부도 전까지 지역 내 403명의 학생에게 4억8천56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 왔다. 이 때문에 지난 20일 상주시청 자유게시판에는 가슴 찡한 사연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A업체에서 운영하는 D장학회로부터 장학혜택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고, 현재는 서울 모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업체가 부도난 사실을 알고 가슴이 아파 글을 올린다”며 “D장학회에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 생각하다 82만5천원이라도 대신 갚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해명성 댓글도 같은 게시판에 올라 왔다.
B업체 레미콘 회사에 근무한다는 이모씨는 “왜 언론에서는 80여만원을 못받아서 안달난 쪼잔한 기업으로 매도 하느냐. 11억원이 부도났다. 그것도 10년 동안 나눠서 받으랍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권회수가 안되면 법에 호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A업체 대표는 “부도 사태로 피해를 입은 모든 채권자에게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을 회생해 지역사회와 채권단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B업체 역시 평소 지역발전과 불우이웃돕기 등에 솔선하는 등 모범을 보여 왔다.
두 업체, 두 전 상주상공회의소 회장의 감정싸움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시민들의 입장은 “오죽 속이 상했으면 법원에 진정서를 제출 했겠느냐”와 “기업 회생을 위해 발버둥치는 회사를 상대로 파산선고를 해달라는 요구는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로 갈라지고 있다. /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