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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적임자는?

등록일 2021-05-23 20:02 게재일 2021-05-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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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br>논설위원
심충택논설위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주 부처님오신날 동화사 법요식에 참석해 “대구는 우리당의 뿌리다. 당의 뿌리에 계신 분들이 그동안 당을 지켜왔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내년 정권교체에 대한 마음이 모아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일부 당권주자들로부터 ‘영남당’이니 ‘꼰대당’이니 하는 조롱 섞인 소리를 들으며 서운해 했던 대구·경북 지역민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대구·경북은 보수정당의 각종 선거나 당 혁신 발표 때마다 지금처럼 ‘왕따’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해 4·15 총선 때도 김형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TK 등 영남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며 이 지역 현역 중진들을 대거 물갈이 했다. 총선결과 영남 지역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26명(48.1%)이 초선 의원들로 채워졌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54명(53.4%)에 이르렀지만,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대부분 기대이하의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로 승부가 결정난다. 전체 책임당원의 60% 가까이 분포하고 있는 영남지역 여론이 선거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으려면 영남 정당으론 어렵다”(홍문표 의원)는 소리가 나오고 있고, 일부 소장파 주자들은 ‘영남·중진 배제론’을 마치 유행가처럼 외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국민의힘은 6·11 전당대회가 끝나면 바로 대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권에 욕심을 내 지역감정을 들먹이며 당을 삼삼오오 분열시켜서는 절대 안된다. 그 후유증은 대선 판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을 안정적으로 치르려면 영남지역의 적극적인 지지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영남이 4년간 궤멸 위기였던 당을 지켜 정권을 견제하는 야당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정권 교체의 희망이 보이게 된 것이다. 당의 쇄신과 변화라는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영남과 비영남을 나누고, 선수와 나이로 나누는 프레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오는 28일 예비경선을 앞두고 있는 당권주자 8명의 초반 판세를 보면 정치경륜이 돋보이는 중진들은 당내 지지에서, 개혁을 앞세운 소장파들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자신하는 분위기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중진그룹으로 분류되는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소장파 그룹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김은혜 의원 등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선출될 국민의힘 당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 정권교체를 성공시켜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고도의 정치력과 지혜가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모든 지역과 세대, 계층이 같이 할 수 있는 외연확장의 무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당 대표도 통합적 리더십을 가지고 내부 갈등 없이 대선을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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