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역대 다른 정권과 크게 구별되는 것은 노골적으로 국민을 양 진영(陣營)으로 나눠 전쟁하듯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다. 이제 국회와 법조계, 학계, 방송계, 시민단체 등 사회 전 분야를 장악하다시피 한 이 정권의 권력자들은 국가 시스템과 자원을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망상에 젖은 듯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법률까지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그들의 발상이다. 대표적인 게 여당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최 대표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피해자의 의사표시와 상관없이 제3자의 고소로 수사 착수를 할 수 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해진다. 최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수사는 피해자인 이 전 기자가 아닌 제3자인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됐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 이후였다면 최 대표 사건은 수사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형적인 ‘셀프구제법안’이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철회되긴 했지만, 민주당 설훈 의원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도 ‘셀프특혜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법안의 취지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만 관련자들을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로 예우하고 있는데, 유신반대투쟁과 6월 항쟁유공자까지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등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경찰에 고발됐는데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권력집단의 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특권 행위는 이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서울 교통방송(TBS)이 김어준 씨에게 예외규정까지 적용하며 고액 출연료를 주고 있다는 의혹은 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 서울 한남동 김명수 대법원장 공관을 리모델링하는데 16억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 것, 경기도 안성 소녀상 설립 모금액 중 1천500만원이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한 강연비(2시간)로 지출된 것, 위안부 할머니들을 앵벌이 도구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윤미향 민주당 의원 사건 등도 국민의 눈엔 기가 막힌 일로 비쳐진다.
진보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중앙지에 쓴 한 칼럼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너무 많아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고 언급한 부분에 공감한 적이 있다. 민주화 운동의 대명사격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이런 일은 없었다. 양 김 씨는 적어도 국민을 대상으로 자원을 고루 배분했고 국민세금을 남용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권력을 행사하는 습관은 아편보다 훨씬 더 큰 중독성을 가졌기 때문에 멈출 줄을 모른다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