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하고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에 신속 착수한다는 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긴급입찰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다음 달에 착수하고 내년 3월까지 조사를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할 때 1년 4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속전속결이다. 10여년 넘게 말로만 무성하던 가덕도 신공항이 비로소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내년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가덕도신공항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PK(부산·경남) 민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광경이 눈앞에 훤하게 그려진다. 가덕도 신공항과 항공노선, 여객, 화물 유치를 위해 사사건건 경쟁해야 할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사석(捨石)으로 삼아 선거에서 이길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강원도가 지역구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부산에 가서 “대구경제는 전국 꼴찌다. 왜 그럴까”라고 조롱했듯이, 내년 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안주로 삼을 것이다.
현 정부 구상대로 과연 내년 3월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은 착공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으로 본다. 우선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올지 의문이다. 설령 용역발주처(국토부) 의도대로 공항건설에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가덕도 신공항 입지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국토부의 결재라인에서 정권말 항명사태가 생길 가능성도 농후하다.
국토부는 지난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공무원의 법적 의무’를 거론했다.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형법 122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2016년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 수용시 공무원으로서의 성실 의무 위반(국가공무원법 56조)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이다.
국토부는 국회보고서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안전과 환경, 경제성 등 7가지 면에서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류와 파도 영향으로 공사가 어렵다’, ‘해상 매립 공사만 6년 이상 예상되고 태풍 피해도 우려된다’, ‘부등침하(不等沈下) 발생 가능성이 높다’ 며 난공사와 안전성 문제를 적시했다. 진해군비행장과 가까워 항공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됐다. 가덕도 주민들도 “여기에 1년만 살아보면 공항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찾아 “가슴이 뛴다”며 신공항 추진에 부정적인 국토부를 질책하자, “송구하다”며 특별법을 받아들였다.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결재라인 공무원들의 의사를 들어봤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사전타당성 조사를 초스피드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안전성 검증까지 적당하게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담당자들도 언젠가는 법과 상식, 도덕이 제대로 작동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