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확산하는 ‘섹트주의’를 보면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니편 내편’으로 나누어 싸우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친여권으로 분류돼 왔던 조남관 검찰총장대행조차 최근 대검 간부회의에서 친(親)정권 검사들을 겨냥해 “검찰 조직이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공정과 정의를 세울 수 없다”며 공개 비판했겠는가.
나는 검찰조직의 섹트주의보다 더 치졸하고 역풍이 거센 것이 ‘지역별 편가르기’라고 생각한다.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이용해 부산시민과 대구시민을 이간질하게 한 행위는 우리 역사상 길이 남을 섹트주의의 전형이다. 어떻게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식구와 다름없는 사람들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편가르기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 국가권력자들의 행위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구와 경북도 섹트주의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한뿌리에서 태어난 시·도민들은 지금도 콩 한 쪽을 나눠 먹는 사이로 지내고 있지만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정부 공모사업이나 기업 유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 출혈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시·도간 연계되어 있는 각종 현안이 숙원(宿願)으로 남아 있는 게 한두 건이 아니다. 경산~하양간 대구지하철 연장, 대구~칠곡~구미간 광역철도망 건설, 대구취수원 이전문제, 포항신항 물동량 유치 실패 등이 주요 사례다. 민선 4·5기와 6·7기에 추진됐던 경제통합 추진위원회와 한뿌리 상생위원회가 별 성과를 못 낸 것도 따지고 보면 섹트주의 탓이다.
곧 주민여론조사 절차를 밟게 될 대구경북 행정통합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도 ‘니편 내편’ 의식 때문이다. 지금 대구는 각종 경제·사회지표에서 광주보다도 더 처지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경북은 얼마 안 가면 주민이 없어 소멸할 시·군이 줄지어 있다. 현 행정 시스템으로는 누가 시장, 도지사가 돼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역대시장이나 도지사가 역량이 부족해서 상태가 이렇게 악화한 것은 아니다. 비수도권의 어느 자치단체도 혼자 힘으로 수도권 블랙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행정통합 후의 대구경북이 어떤 위상을 가질지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니편 내편’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대구는 포항이나 경주, 안동, 구미 등과 같은 행정구역이 되면 유서깊은 관광지와 공단, 해양을 낀 큰 도시로 변모한다.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된다는 말이다.
최근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시·도와 4개 연구원(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연구원)이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같은 이유에서다. 먼 훗날 이 지역이 지명조차 잊혀져 가는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살림을 합쳐 생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통합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들은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 새로운 길이 바로 고속도로 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