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을 잡아본 지가 언제인지 좀처럼 기억이 안 나요.”
치매를 앓는 95세 노모를 포항의 한 요양병원에 모셔 놓은 최모(59·포항시 북구 흥해읍)씨는 설을 앞두고 “명절이 코앞인데 이렇게 마음이 무겁긴 처음”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이맘때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불고기와 잡채를 도시락에 담아 아이들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병원으로 향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병원에서 면회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는 “명절에 가족들 없이 병원에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영상통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볼 계획이지만, 직접 어머니 손을 잡아드리고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요양병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설 연휴 기간 대면 면회를 금지하면서 노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신 가정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이산가족이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보건당국은 요양시설의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은 면역력이 약해 코로나 감염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면회 방문자제를 요청했다. 작년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환자와 가족 간의 만남은 불가능해졌다.
지난 추석에는 면회 금지 조치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보호자들의 요구에 포항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환자와 가족을 분리해 인터폰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은 옥상 등에 유리 칸막이를 설치하고 환자와 가족들의 면회를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설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이마저도 불가해졌다. 포항시는 지난달부터 지역 내 요양병원 28개 요양시설 41개에 면회금지 권고를 내렸다.
병원들은 영상통화 면회 방법을 도입해 부모와 자식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서로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면회금지 기간에 환자들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통화 면회를 진행 중이다”며 “사전에 영상통화 면회 예약을 받고 있고, 면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