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기합은 구성원 일부의 잘못으로 구성원 전체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유래는 알 수 없다. 군대나 학교와 같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벌 형태의 하나이다.
군대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면 단체기합이 주는 효과에 대해서 잘 안다. 군에서 하는 얼차려나 선착순 구보 등은 단체기합의 대표적 유형이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구성원 모두가 어쩔 수 없이 함께 받아야 하는 체벌이라서 불공평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조직 전체의 기강을 세우는 데는 단체기합 만큼 효과를 내는 것도 드물다.
군에서는 얼차려 문화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훈육방법의 하나다. 전쟁이라는 비상시를 가정한 군부대의 훈련 특수성 때문이다. 군에서 하는 훈련은 전시 상황을 전제로 한다.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군부대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세운다. 군이 기강을 생명으로 여기는 데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모 부대의 중대장이 훈련병에게 단체기합을 주는 과정에서 인분을 억지로 먹인 사실이 드러나 단체기합 등 병영문화 전반에 대한 쇄신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최근 열린 코로나 방역 전문가 토론에서 우리나라가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특히 어떤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같은 유형의 시설 전부를 문 닫게 하는 조치에 대해 단체기합과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거리두기 기준이 획일적이고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온 국민이 1년 이상 지속된 거리두기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방역기준이 확진자 수 감소에 매몰돼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살펴봐야 할 때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