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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국방 의지’ 못 담아낸 국방백서 괜찮나

등록일 2021-02-03 19:49 게재일 2021-0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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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내놓은 ‘2020 국방백서’는 국민에게 정부의 확고한 ‘국방 의지’를 설득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북한과 중국에는 설설 기고 미국, 일본과는 더 멀어진 ‘국방 포기 백서’라는 맹비난조차 나오는 판이다. 정치 논리에 휩쓸려 안보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힐난도 나온다. 국방부가 국민 모두로부터 흔쾌한 박수를 받는 나라여야만 국가안보 선진국이다.

국방부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부터 추상적이다. 국어사전에나 나올 법한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이라는 표현은 무기력한 인상마저 풍긴다. 북한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늘렸고 특수작전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과 배치된다. 김여정은 지난해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후 대한민국을 분명히 ‘적’이라고 표현했다.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세습’ 대신 ‘집권’으로 기술함으로써 정상적인 국가인 양 포장했다. 공무원 총살 사건에 대해서도 김정은의 유감 표명을 부각하고 굳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고 표현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중국 군용기 카디즈 침범, 중국 군함 ‘서해 공정’은 아예 빼버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선 ‘중국 겨냥’으로 규정해 친중 편향성을 시사했다.

반면에 일본은 ‘동반자’에서 ‘이웃’으로 격하해 ‘반일감정’을 악용하는 정치 논리에 편승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대목은 더 문제다. 실질적 핵보유국인 북한을 상대하면서 대책도 없이 몰려가는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특히나 한껏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을 더 줄이려는 정권 아래에서 국방부까지 왜 이러는지 알 길이 없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한 나라의 국방은 무적(無敵)의 ‘싸움닭’ 같은 군대와 필승을 확신하는 국민의 신뢰가 완성해 낸다. 완벽한 전투력과 승전 의지로 충만한 국방부가 필요하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는 국방백서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국방부의 행태로는 안 된다.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딱한 국민에게 고작 이런 정도의 국방 설계도라니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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