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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전문건 충돌… 불법적 ‘삭제’ 이유부터 밝혀야

등록일 2021-01-31 20:03 게재일 2021-02-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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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무단삭제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관련 파일 목록 중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파일이 포함된 것을 두고 여야정치권이 정면충돌 양상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이적행위’로 표현한 데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북풍 공작’·‘보궐선거용’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공무원들이 야밤에 몰래 문건을 무더기로 삭제한 이유가 더 궁금해졌다. 문제가 없는 문건이라면 도대체 왜 지웠는지 그 국민적 의문부터 풀어야 한다.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산업부 공무원들이 지난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이 10여 건 포함돼 있다. 문건 작성일(2018년 5월 2~15일)이 1, 2차 남북한 정상회담 사이의 기간이고, 관련 폴더 이름이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뽀요이스(pohjois)’로 붙여진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면 충격적인 이적행위”라는 입장을 냈다. 강민석 청와대대변인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혹세무민 발언”이라면서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북한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삭제한 자료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박을 “제1 야당 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공포정치”라거나, ‘원전 게이트’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정부 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왜 산업부 직원들이 운명을 걸고서 그 많은 문서를 불법적으로 삭제했느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지금 청와대나 여당 어느 곳에서도 이 의문에 납득할 만한 답변이나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탈(脫)원전을 밀어붙인 정부가 벌인 이런 모순적 행태 논란에 국민은 큰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적 조치’를 벼르고 나선 청와대는 불가피한 사법기관의 조사를 다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급해서 내놓은 또 하나의 자충수인가도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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