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與圈) 고위 인사들의 사나운 막말·폭언·갑질 ‘퍼레이드’가 가관이다. 그 수준이 차마 귀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어서 도대체 왜 이렇게 험구를 남발해야 하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의 오만불손한 흥분 뒤편에 균형감각을 무너뜨리는 모종의 ‘불안’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짐작마저 든다. 정치 수준을 끌어내리는 위정자들의 방자한 행태는 조속히 청산돼야 한다.
지난주 청와대·정부·민주당 고위 인사들의 막말이 잇달아 뉴스를 장식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 청와대 국감에서 국민을 향해 ‘살인자!’라고 두 차례나 고함쳤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8.15 광화문 집회 사진을 들고 “경찰이 버스로 국민을 코로나 소굴에 가뒀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을 치하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노 실장은 “광화문 집회에서만 확진자가 600명 이상이 나왔다”면서 “살인자다, 살인자. 이 집회 주동자들은”이라고 고함쳤다. 논란이 일자 노 실장은 뒤늦게 집회 주동자들에 한정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집회 주동자들은 국민도 아니라는 말이냐는 또 다른 반발을 샀다. 그 이튿날인 지난 5일에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사고를 쳤다. 이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 참석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기회”라고 답변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피해자는 “그럼 나는 학습교재냐?”며 비판했다. 같은 날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의원님들, (예산을) 한번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세요”라고 거듭 강권해 논란이 됐다. 6일에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직후 가덕도 신공항 예산과 관련해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하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어쩌다가 노출된 게 이 정도라면 여권 인사들의 권력에 만취한 내부 정서가 어떤 수준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말은 생각의 발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민을 하찮은 졸(卒)로 여기는 그 오만한 인식은 하루빨리 뿌리뽑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