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는 지금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모 방송사에서 추석 특집 방송으로 제작한 언택트 공연에서 주연 가수가 한 말이다. 공연 이후 반응이 놀라워 필자는 스페셜 방송을 보았다. 공연 기술도 기술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안 된다고만 하는 비대면 시대에 언택트 문화를 선도하는 모습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그 가수가 공연 사이 사이에 하는 말을 들을 때는 자리에 그냥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대표적인 말이 첫 문장에 적은 말이다. 그 말을 하는 가수가 너무 멋있었다. 아니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특히 대한국민을 외칠 때는 눈물이 났다. 무엇보다 국민이 “대한민국 어게인”을 외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 것에 존경심이 우러났다.
방송을 보는 내내 필자는 여러 가지를 메모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 수 없었고, 그의 말과 가사에 따라 저절로 일어나는 필자의 감정을 그냥 휘발되게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메모가 쌓이면서 메모 양은 급속도로 줄었다. 반면 복받쳐 오르는 감정은 마음을 넘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감정이 전체 감정을 지배하였다.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죄송함이었다. 필자의 메모는 결국 다음 이야기에서 멈췄다. 표준어로 잠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살다 보니 세월은 그냥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이왕 세월이 가는 거 끌려가지 말고 세월의 모가지를 꼭 비틀어 끌고 가야 합니다. (….)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고 (….) 안 하던 짓을 해야 (….)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 끌고 갑니다.”
그가 대한민국 어게인을 외치는 힘을 필자는 이 말에서 찾았다. 끌려가면 안 된다는 그의 문제 인식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안 하던 짓을 해야 한다는 그만의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은 분명 별의별 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나라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될 것이 확실했다.
필자가 죄송한 이유는 다른 사회 분야는 그래도 이 힘을 가지고 세상을 개척해가고 있지만, 정녕 이 힘이 가장 필요한 교육계에는 이 힘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안 하던 짓을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르쳐야 할 학교지만, 이것을 가르칠 교사가 없다.
교사 편하자고 만들어 놓은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은 소위 말해 교사에게 찍힌다. 찍힌 학생의 학교생활이 어떨지는 설명을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학생들은 찍히지 않기 위해 스스로 틀에 자신을 가둔다. 그러면서 또 틀에 갇힌 어른이 된다.
이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교육청과 교육부에 전화할 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다.
“다른 교육청도 안 하는데 우리가 왜 합니까? 우리도 바꿔야 하는 걸 잘 알지만, 교육부 지시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안 해도 되는 걸 왜 굳이 하려고 합니까!”
이것이 교육 당국의 별의별 꼴이며, 교육계가 교육 어게인을 절대 외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