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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아들, 대통령에 편지… 답장이 궁금하다

등록일 2020-10-06 19:11 게재일 2020-10-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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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의해 무참히 사살되고 시신까지 훼손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고등학교 2년 아들 이모 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자필 편지가 민심을 울리고 있다. 희생자의 형 이래진 씨가 공개한 편지에서 이 군은 대통령을 향해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나라가 왜 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섣불리 ‘월북자’라고 규정한 책임을 묻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처절한 편지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지가 관심사다.

편지에서 이 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cm의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이어서 “(아버지는) 내가 다니는 학교에 와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자부심이 높았다”면서 군 당국의 월북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어린 동생은 며칠 후 집에 가면 선물을 사준다고 하셨기에 아빠 오기만을 기다리며 매일 밤 아빠 사진을 꼭 쥐고 잠든다”는 대목은 가슴을 에게 한다. 이 군의 편지는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이름과 고향 등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표시하고 있다.

이 군의 편지는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군의 편지는 정부 당국의 그 어떤 발표보다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정권은 우리 국민을 구할 생각보다는 남북관계의 악화를 더 염려한 나머지 희생자를 ‘월북자’로 몰아가기로 짜 맞춘 듯하다는 것이 국민의 합리적인 의심이다. 소각돼 없어진 시신을 찾는다며 불가능한 남북 공동조사를 핑계로 시간만 끌고 있는 정부·여당의 행태가 가관이다. 무슨 죄로 저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아비를 잃고, ‘월북자’ 자식이라는 불명예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하는지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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