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렇게 시작하는 이 글은 우리 청송 근교에 위치한 안동의 저항 시인, 이육사의 ‘청포도’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그런데 시가 창작됐던 일제강점기 당시 안동에는 사실 청포도가 재배되지 않았다. 조국 광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 모습을 알알이 영그는 청포도 송이에 비유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내 고장 청송의 7월은 사과가 영그는 시절”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추석을 앞둔 지금 9월은 명품 청송사과가 탐스러운 빛을 발할 시간이라고.
“청송사과”는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는 지역 최고의 특산품이다. 필자는, 청송사과의 명성이 날로달로 높아지는 이유가 결코 변하지 않는 명품 맛에 있다고 본다. 청송은 일교차가 매우 크고 해양성과 내륙성 기후가 교차하는 등 사과가 자라기 위한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그 맛이 일품이다. 또 농가에 대한 지속적인 영농교육 및 선진재배기술의 도입으로 타 지역보다 상품성이 우수하며,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해 신선도가 오래가므로 맛 또한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청송사과는 2020년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사과브랜드 부문에서 8년 연속 대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차별화 측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소비자 반응이 우수한 시나노골드 품종을 ‘황금진’ 브랜드로 개발해 황금사과 이미지를 선점하고 붉은색으로만 치우친 사과 시장에 시각을 자극하는 ‘컬러 마케팅’의 남다른 전략 덕분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황금사과는 사과 소비가 부진한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품종이어서 미래 고객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군이 만들어가는 황금사과의 미래가 전설처럼 황금빛으로 물들 것이라 예상하는 건 당연지사.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천혜의 자연이 만들어 준 생육 환경 위에 다채로운 정책들이 얹어졌다. 그 시너지 효과는 명품 청송사과의 품질, 유통 및 홍보 등 다방면에서 상호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앞서 언급한 청송황금사과 브랜드 ‘황금진’을 필두로 해 청송황금사과 한국시리즈 나들이, 전국 146개 이마트 납품, 사과유통공사 시스템 재정비, 농산물 택배비 지원 사업, 청송사과 품질보증제 등이 그것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개막 시즌에 맞춰 서울시민과 관람객들에게 3만 개의 청송사과를 무료로 나눠준 아이디어는 독특하고 유쾌한 홍보 전략이었다. 또 필자가 임기 초부터 자처하며 강조한 ‘세일즈 군수가’ 되기 위해 전국 146개 이마트 납품은 물론, 국내 최대 농산물 도소매 매장인 서울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홍보 판촉행사를 추진했다. 마찬가지로 매년 행안부의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던 부실 공기업인 청송사과유통공사를 유통센터로 전환해 전국적 생산과잉 시대를 대비한 산지유통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이렇듯 청송사과의 내일을 위해 이 시절 각 농가마다 주렁주렁 열린 사과들처럼 다양하고 유익한 정책들을 실현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필자는 황금빛 미래라는 열매를 ‘주저리주저리’ 결실 맺게 하기 위해 그 노력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내가 바라는 손님은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매년 10월 말경 성황리에 개최했던 청송사과축제를, 올해는 안타깝게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협을 가져온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군민들의 소중한 피땀으로 알알이 익힌 사과를 전 국민과 함께 축제로 즐기며 맛볼 수 없어서 심히 유감스럽지만, 군민의 안전과 감염 예방이 무엇보다 우선이므로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인 이육사가 바라는 손님은 푸른 베옷을 입고 찾아오는 조국 광복이었다. 그렇다면 필자가 민족 대명절을 앞둔 지금 바라 마지않는 손님은 감염병으로부터 우리 군민을 안전히 지켜내는 것과, 황금사과로 인해 빛나는 청송의 미래뿐이다. 한 시인이 하얀 모시 수건을 앞에 두고 조국 광복을 기다렸던 것처럼 필자 또한 그런 날을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