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태풍 피해 복구비로<br/>경북도의 현재 사용 가능한<br/>재난 관련 기금은 400억원<br/>일단 응급복구 ‘한시름’ 놓아<br/>태풍·코로나 재확산·폭설 등<br/>재난재해 또다시 들이닥치면<br/>예산이 없어 무방비상태 우려
경북도를 비롯한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의 재난기금 곳간이 텅텅비어 태풍 피해 복구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경북도와 도내 지자체들의 재난관리기금의 60∼70%가량이 이미 사용돼 태풍 피해 복구 등에 쓰일 ‘예산’이 거의 바닥난 상태이다. <관련기사 6면>
도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재난의 예방·대응·복구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보통세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 재난관리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기금은 재난 예방을 위한 시설 보강이나 재난 발생 시 응급복구,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제공 등 법령상 정해진 용도에 쓰게 돼 있다. 또 민간 피해 복구를 위해 재해구호법에 따라 시·도에 설치되는 재해구호기금도 있다.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관련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에도 쓸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에 특례 조항을 신설해 지출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경북도를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는 재난관리기금을 코로나 대응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썼다.
8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적립된 재난관리기금은 6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코로나19 긴급생활비 지원에 300억원을 사용해 절반가량 남았다. 더군다나 재해구호기금은 485억원 가운데 385억원(79.3%)을 사용해 100억원이 남아있다. 이 둘을 합친 재난 관련 기금은 총 400억원이다.
하지만 여기에 재난관리기금(230억원)의 법정 의무예치금과 재해구호기금(70억원)의 법정 적립금 300억원을 제외하면 사용 가능한 기금은 100억원 가량이다. 올 연말까지 이 금액으로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피해 분야도 복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재난관리기금 가운데 의무예치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230억원의 경북도 재난관리기금 의무예치금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이번 태풍피해 응급복구에는 한시름을 놓았다.
문제는 재난관리기금이 고갈돼 태풍이 또 발생하거나 겨울철 폭설, 가축 전염병,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재창궐 등 재난 재해 상황이 닥치면 피해복구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보다 열악한 상태이다. 도내에서 재정규모가 가장 큰 포항시의 경우 재난관리기금의 70%가량을 사용해 130억원만 남아있는 상태다.
앞선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 연이은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복구비용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그 지자체의 재난기금만으로 복구비용을 충당해야 하므로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하반기 겨울 폭설, 기타 대응에 필요한 금액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태풍으로 인한 피해 복구에 들어갈 예산은 재난기금을 비롯해 각 실·과에서 확보한 예산, 지자체 재난기금 및 예산 등을 모두 합치면 충당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에서는 연이어 발생한 제9, 10호 태풍으로 공공시설 6곳과 학교 건물 13곳이 파손됐다. 바다에 인접한 경북 동해안 지역은 항만과 도로 등의 시설물 유실 및 파손을 비롯해 선박 13척이 침몰 등의 큰 피해가 났다. 이번 태풍이 매우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했던 만큼, 농작물 피해도 컸다. 8일 오후 3시 잠정집계 결과 경북 도내 낙과 피해는 2천797㏊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과가 2천431㏊로 가장 큰 피해가 났다. 지역별로 청송이 526㏊로 피해가 가장 컸고 이어 의성 418㏊, 포항 245㏊, 영덕 216㏊, 안동 135㏊ 등이다.
배는 상주 111㏊, 영덕 27㏊ 등 190㏊, 복숭아는 안동 10㏊, 상주 9㏊ 등 39㏊, 자두는 영천 5㏊, 영양 4㏊ 등 16㏊의 피해가 났다. 벼 쓰러짐 및 침수 피해도 1천621㏊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경주 211㏊, 상주 185㏊, 경주 163㏊. 포항 162㏊, 의성 148㏊, 영천 137㏊, 문경·영덕 각각 55㏊, 고령 46㏊, 군위 36㏊, 안동 21㏊ 등이다. 이마저도 향후 정밀조사가 이뤄지면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