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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예술인 고용보험이 절실하다

등록일 2020-06-22 19:00 게재일 2020-06-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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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지난달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코로나19 관련법과 n번방 방지법, 구직자 취업촉진법, 예술인 고용보험법 등 민생법안들이 황급히 국회를 통과했다. 소위 고용보험 대상에 예술인을 추가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새로운 제도로 법정효력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제21대 국회에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과 시행령이 제정되어져야하는 후속 조치는 아직 남아있지만 그 실효성에 관한 뒷이야기들은 문화예술행정가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올해 초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패닉상태에 직면한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고용보험법이란 제도가 과연 예술가를 위한 복지정책인지 아니면 증세를 위한 또 다른 세금정책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보험법이 처음 도입된 건 1995년이다. 이 법은 근로자가 실직하였을 경우 실직한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근로자 복지제도로 , 실업보험이 실업급여 중심이라면 우리나라는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이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즉, 실업 이후에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것보다 실업 그 자체를 예방하고 고용구조를 개선하는데 그 비중이 더 크다.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으로 전통적인 실업보험제도와 직업훈련, 고용 안정 사업 등이 결합된 제도라 할 수 있다. 적극적 정책의 수단이 연계된 시스템의 개념이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의 폐업 등의 이유로 휴직 기간일 때는 고용보험의 적용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 용역계약을 체결한 예술인 역시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되며 임금근로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실직시 실업급여와 출산시 출산전후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예술인의 경우는 이처럼 권고사직, 계약기간 만료, 정년, 회사 폐업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새로운 현안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에는 130만 명 예술인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예총 이외 단체와 개인으로 활동 중인 예술인까지 모두 합친다면 300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자신들의 열정과 예술세계를 피력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 왔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화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된 사례만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2천500건 이상, 피해액만 500억원대라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예술인들의 보험계약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전 국민 대상의 고용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2022년까지 9천억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하려 한다. 그리고 우선 예술인과 특고 대상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과 구직급여 재정도 확충하고자 한다”는 정책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제도라도 일반직장인과 예술인과의 차별이 균등하게 이루어지고 분배되어진다면 예술인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예술노동 환경의 열악함을 무시한 일방적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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