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급아파트 돌며<br/>수억대 금품 훔친 30대<br/>외벽 타고 베란다로 침입<br/>족적이나 흔적 남기지 않고<br/>옷 갈아입으며 추적 따돌려
아파트 4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파이더맨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전국의 고급 아파트를 무대로 수억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 절도)로 A씨(33·경기도 평택시)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구와 서울, 경기 등 전국 고급 아파트 11곳에 침입해 현금 2억7천만원과 수표 6천만원, 명품 손목시계, 금목걸이 등 4억4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특히, A씨는 지난 2월 2일 대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현금과 수표 3억3천만원 상당을 훔치기도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아파트 외벽을 타고 베란다를 통해 내부로 침입했다.
신장 180㎝에 해군 의장대 출신으로 체격이 좋은 A씨는 아파트 4층까지도 침입이 가능했다.
경찰은 범행 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 한 오피스텔에 숨어지내던 A씨를 붙잡아 훔친 현금과 귀금속 4억2천만원 상당을 회수했다.
당초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A씨가 범행 현장에 족적이나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의 도주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모자를 찾아 DNA 분석을 의뢰했지만, A씨의 전과가 없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착용한 옷과 모자를 버리고 다른 의복으로 갈아입었다”며 “또 술에 취한 듯 행세를 하거나 수시로 무단횡단을 하고 택시 및 버스를 이용하는 등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치밀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최근 10년 간 아파트 침입절도 사건 피해금과 회수금액으로 가장 큰 금액”이라며 “범행과 도주 수법 등을 볼 때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