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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喪服) 입은 상주시

등록일 2019-02-24 19:47 게재일 2019-02-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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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가 SK하이닉스 유치로 환영 분위기로 들떠 있을 무렵 경북 상주시 공무원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 여직원은 검은색 계통의 복장으로 근무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쳐졌다. 상주시 공무원이 마치 초상집을 연상케 하는 상복차림으로 근무해야 했던 사정은 다름 아닌 줄어든 인구에 있었다.

한때 26만 명을 웃돌았던 상주시 인구가 이달 초 1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농촌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지만 막상 10만 명 선이 붕괴되자 상주시가 받은 충격은 꽤나 컸다.

그동안 학자금 지원 등 인구 늘리기에 온갖 행정력을 쏟아 부었지만 인구 증가는 불가항력이었다. 설마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시소멸의 위기감도 실감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각오를 다져보지만 농촌 현실이 얼마나 뒤따라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상주시는 경주와 더불어 웅도 경상도를 대표하는 고을이다. 조선시대 200여 년 동안 경상감영이 자리한 곳이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했고 과거부터 수륙교통의 요충지였다. 학문과 문화를 숭상하는 선비의 고장이자 충열의 고장이다. 경상도라는 이름도 경주의 ‘경’자와 상주의 ‘상’자에서 따왔다고 할 정도로 위세당당한 지역이다.

경북도내에는 상주시와 같이 딱한 사정에 놓인 도시는 수두룩하다. 영천과 영주도 인구 10만 명 선에 오락가락 한다. 인구문제에 관한 뾰족한 대책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 게 지방도시다.

SK하이닉스 유치로 신이 난 경기도 용인시는 1970년대 초반 만 해도 인구 10만이 안 되는 작은 도농혼합 도시였다. 1995년 시로 승격되고 22년 만에 인구 100만 도시로 성장했다. 수도권 집중화 정책의 수혜 도시다.

경기도에는 인구 100만이 넘는 밀리언 시티가 수원, 고양, 용인 등 3군데나 있다. 성남과 부천시도 곧 합류하겠다고 한다. 경북과는 처지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에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과 경제의 80%가 몰렸다고 한다. 상주시 공무원이 상복 차림으로 근무한 이유를 알 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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