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눈총 받는 공시열풍

등록일 2019-02-10 19:36 게재일 2019-02-11 19면
스크랩버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공시(公試)열풍으로 들떠 있다.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공무원이 단연 1등이다.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직업도 공무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40세 이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시 재수생이 는다. 일반직장에서도 공시준비에 나서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2017년 8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 회장은 “한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의 꿈이 빌 게이츠가 아니고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투자처로서 한국은 매력이 없다. 이래서는 중국 등 신흥국과 맞서 경쟁하기 힘들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공시열풍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시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은 공시에서 벗어날 만한 매력적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 민간분야에서 안정적 직업이 나올 수 있다면 공시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나 경제 분야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실업난 해소란 이유로 지나치게 공공부문을 확대해 열어놓은 것도 공시열풍을 부추긴 요인이 된다.

미국은 공무원이 우리처럼 인기가 없다. 일반적인 대학졸업자는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벤처기업을 가려는 것이 보통이라 한다. 창의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보편적 흐름이다. 그렇게 해야만 경제의 재생산이나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은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다. 그런 그들이 상류층이 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생산한 민간기업 직원이 빈곤층이 된다면 경제가 역동성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LA타임스가 한국의 공시열풍을 꼬집어 보도했다. 한국에서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하버드대 입학 하기보다 어렵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 공공부문에 많이 몰린 탓이라 주석을 달았으나 비정상적 현상으로 비치는 한국의 공시열풍에 대한 따가운 지적으로 들린다. 외국 언론조차도 곱잖게 보는 공시열풍을 멈출 방법은 없는가.

/우정구(논설위원)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