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항, 경영난에 존폐 기로<br/>직원 퇴직금 등 수십억 밀리고 <br/>서울·포항 사무실도 가압류 <br/>3월 재취항 사실상 불능상태<br/>재무적 투자자 찾기 힘든 상황<br/>市 추진 새 항공사 설립도 미적
에어포항의 3월 재취항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포항의 하늘길이 완전히 끊길 위기다.
퇴사 직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사무실마저 가압류에 들어간 상태다. 운항을 맡은 인력도 강제로 내보내 남아있는 직원도 극소수 뿐이어서 회사측이 누차 지역사회에 약속한 항공편 재운항이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가 없는 데다 고질적인 자금난도 해소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에어포항의 운항재개를 위해서는 임금체불과 운항인력 문제 해소가 선결조건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퇴사직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넉달분 임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 퇴사한 직원들은 “월급과 퇴직금 20여억원, 지난해 3월부터 체납된 4대보험비 4억5천여만원, 출장비와 회사비품을 직원들이 자부담으로 구매한 뒤 회사에서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 4천400여만원 등 총 25억여원이 밀려 있다”고 밝혔다.
인력도 바닥이 난 상태다. 에어포항의 최초 퇴사는 지난해 11월 16일 당시 인수자인 베스트에어라인(현 에어포항)이 직원 6명에게 대기발령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사유있는 서면 통보 방식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것이 퇴사직원들의 주장이다. 이후에도 일방적 해고통보가 10여명에게 이어졌다. 그러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자발적 퇴사로 전환해 100여명에 이르는 나머지 직원들이 퇴직서 및 대기발령서를 작성하고 자발적인 형식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현재 남은 직원은 베스트에어라인이 인수하며 들어온 직원 20여명이 모두다. 에어포항 퇴사직원들은 서울과 포항으로 크게 나눈 후 30여명 규모로 모여 노동청과 법원 등에 체불된 임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절차를 계속하고 있다.최소 90명 이상의 경험있는 직원이 필요한 상황에 비춰보면 태부족인 셈이다.
임금 체불 뿐만아니라 사무실도 문제다. 에어포항의 서울과 포항 본사 사무실의 보증금이 모두 가압류 상태라는 것.
퇴사직원들은 “사무실 채권보증금 2억 5천800여만원이 가압류 상태이고 다른 거래처(은행, 사무용품 구매 관련 일반개인사업자 등)에도 지급명령 신청이 떨어졌지만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또 “임금체불 등으로 퇴사한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입사해서 단돈 백원도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있다”며 회사측에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내 사실상 복귀가 불투명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에어포항이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해 (베스트에어라인측의) 에어포항 인수 이전부터 존재해온 문제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에어포항은 기자회견에서 동화전자가 대주주였던 이전 에어포항이 이미 적자 24억원, 부채 106억원을 나타내며 부도상태였음을 발표한 바 있다. 36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정황도 자체조사 결과 드러나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사기혐의로 고발되는 등 회사 내부의 문제가 직원들의 임금체불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화전자가 대주주이던 에어포항을 인수한 베스트에어라인이 포항~제주, 포항~김포 2개 노선을 동남아 등으로 확충하고 거점공항도 김해나 김포로 옮기는 작업이 여의치 않은 것이 더 결정적인 경영파탄으로 이어진 요소로 보인다”면서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따라 지역사회의 에어포항을 살리기 위한 대책도 미적거리고 있다. 포항시는 에어포항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에어포항을 대체할 새로운 지역 거점 항공사를 설립하겠다는 입장도 지난해 말 밝혔으나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포항시가 새 항공사 추진을 위해 관련 사업자 등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지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새 항공사 설립을 위해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 중”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안은 잡혀있지 않지만 자본금 확보 등 안정적 수순을 밟은 후 공식화하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에어포항 측에서는 관련된 사실에 대해 별다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2017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 연해주 관계자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지역항공사인 에어포항의 운항을 통해 두 지역간 인적·물적 자원 교류 확대와 복합해양 관광산업 방안을 논의했을 정도로 에어포항에 기대를 걸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연계 노선마저 검토하던 에어포항이 초기자본금 100억원마저 잠식상태에 들어간 상태다. 회사측의 답변도 극히 무책임하다. 실질적인 경영 책임을 진 진주원 에어포항 대표이사는 “경영에서 손을 뗐다. 부사장에게서 답을 얻으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신빈 에어포항 부사장은 문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해외출장중이니 문자남기시면 귀국후 연락드리겠습니다”며 접촉을 회피하고 있다. 3월로 약속한 시한은 다가오고 있지만 재취항을 위한 준비는 전무한 상태에다 지역사회를 기만하는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