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부터 호랑이가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이었던지라 고장마다 호랑이 이야기가 적지 않게 전해온다. 지난해 울산에서 `호랑이 생태원 설립추진워크숍`이 있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등장하는 범을 바탕삼아 추진위원이 구성되었으며 호랑이 특구로 지정하여 범 보존 기관이나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백두대간에 호랑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뿐만 아니라 상주시는 곶감을 홍보하면서 옛날이야기 `곶감과 호랑이`를 활용하여 `꼬까미와 호`라는 캐릭터를 제작하였다.
88올림픽이 열릴 때 `호돌이`와 2018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때는 `수호랑`으로 등장하여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지구촌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다시피 하는 호랑이를 국가 상징동물로 지정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을 `호랑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포항에 국보로 지정된 비석 2점이 있다. 신라시대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비석으로 밝혀진 중성리신라비는 경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있으며, 냉수리신라비는 포항시 북구 신광면사무소 마당 한 귀퉁이에 노출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비는 피할 수 있는 환경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볼 때마다 불안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하지만 울진군에는 포항에 있는 비석보다 더 늦은 시기에 제작된 신라비가 발견되었지만 그 비석을 근간으로 `봉평신라비 전시관`을 개관했다. 국내 최대 비석박물관이라 할 만한 규모이다. 포항은 가치 있는 것이 있어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속이 상하고 애가 탄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잘 활용을 하면 더욱 더 품격 있는 도시가 될 터인데….
조선 중엽 남사고 선생은 우리나라의 형상이 마치 연해주를 향해서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이라고 했다. 호랑이의 코는 백두산이요, 꼬리는 오늘날의 호미곶에 해당되며 천하의 명당이라고 전한다. 이곳에서 해마다 새해 첫날 `한민족 해맞이축전`을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포항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호랑이가 보인다. 최근 포항의 지형을 따라 그려진 호랑이 캐릭터 `호미니`가 저작권 등록이 되었다.
호랑이의 머리와 귀는 북구지역, 목은 남구와 북구의 경계지역이며, 가슴부터 앞다리까지는 연일과 대송면일대이다. 등에서 꼬리까지는 영일만이 형성된 동해안 해안둘레길에 해당되며, 꼬리에서 뒷다리까지는 호미곶과 장기면이다. 또한 앞발은 오천, 뒷발은 장기면이다.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앉아서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 모습이 영락없는 호랑이다. 포항지형이 곧 온전한 호랑이 그 자체인 셈이다. 포항은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像圖)의 호랑이 꼬리일 뿐만 아니라 `호미니`의 꼬리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오래 전부터 살아온 호랑이. 포항 땅에 숨어있던 호랑이가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나타났다. 근엄하면서도 용맹한, 때로는 익살스러운 호랑이를 포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활용하면 어떨까. 포항 땅이 바로 호랑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