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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인생 30년… 운명·팔자라 생각해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7-07-03 02:01 게재일 2017-07-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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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섭, 30주년 `타임리스` 공연 중<BR>“발라드는 제 전공… 앞으로 계속”

“음악인이 한 장르로 일가를 이루기란 쉽지 않죠. 발라드 하면 변진섭이란 인식이 각인되도록 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변진섭(51)은 가수로서의 길에 대한 소신이 분명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를 관통하며 `발라드의 왕자`로 불린 그가 “내게 발라드만 고집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아직 멀었는데 한눈팔 정신이 어디 있겠느냐”고 하니 말이다.

최근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변진섭을 만났다.

경기도 용인에서 부인, 두 아들(고1, 중2)과 사는 그는 1일 오후 7시 모교인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30주년 공연 `타임리스`(TIMELESS) 연습을 위해 합정동을 찾았다. 서울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투어가 예정돼 있다.

대표적인 밀리언셀러 가수였던 그의 히트곡은 대다수가 발라드였다. 이전부터 발라드란 장르가 있었지만 `발라드 가수`란 용어는 변진섭부터 가요계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경희대 농학과 재학 시절 캠퍼스 그룹 `탈무드`로 활동한 그는 1987년 MBC `신인가요제`로 등장한 뒤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1988년 1집 `홀로된다는 것`과 1989년 2집 `너에게로 또다시`의 수록곡이 대거 히트하며 카운트된 것만 각각 판매량 180만장, 240만장을 기록했다.

그는 “파격적인 댄스 등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제작자나 이슈가 필요한 사람들의 욕심”이라며 “정말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진로를 택할 수는 있지만 난 발라드를 좋아했고, 따로 하고 싶은 장르가 있던 것도 아니고, 진로를 바꿀 만큼의 문제도 없었다. 전공을 바꾸긴 쉽지 않으니 내 자식이라고 여기고 지켜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 가수들이 장악하면서 한동안 남자 솔로 발라드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고 하자 관록 있는 가수다운 답변이 나왔다.

“제가 데뷔할 때는 발라드가 주류가 될 정도로 트렌드였지만, 1990년대 서태지로 시작된 트렌드가 K팝으로 이어지며 가요 시장을 지배했죠. 중요한 것은 발라드의 가공할 위력이 `트렌드 아닌 트렌드`란 점입니다. 시장의 대세가 있어도 빠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묘하게 존재해왔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면 바탕색 같은 장르로 침체기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에게도 노선이 다른, 경쾌한 리듬의 `희망사항`이란 빅히트 곡이 있다.

2집의 마지막 트랙인 이 곡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나오는 여자`란 재미있는 노랫말이 입으로 퍼지며, 2집의 타이틀곡인 `너에게로 또다시`의 인기를 눌렀다.

“KBS `가요 톱텐`에서 `너에게로 또다시`가 1위를 했는데 그다음 주 `희망사항`이 1위를 하고선 5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어요. 비운의 `너에게로 또다시`는 짠한 마음 때문에 아끼는 곡이죠. 중독성 강한 `희망사항`은 제 여러 노래를 잡아먹은 포식자지만 여전히 공연장에서 팬들이 즐거워해 주니 `시그니처 곡`이라고 해도 서운하지 않아요. 하하하.”

그는 현재 연내 선보일 30주년 앨범을 작업하고 있다.

신곡 30%, 리메이크곡 30%, 후배들과의 컬래버레이션 곡 30%를 담을 예정으로 신곡 중 한두 곡은 일반 대중의 공모를 받을 예정이다. 31일까지 음악 거래 플랫폼인 셀바이뮤직(sellbuymusic.com)에서 30주년 발매곡 공모전을 진행한다.

그는 “과거에도 제가 앨범을 낼 때면 데모곡이 담긴 테이프와 악보가 소포로 왔다. 여기서 모티브가 돼 참여형 앨범을 구상했다”며 “내심 기대 중인데 나와 동떨어진 트로트와 하드록만 아니라면 장르 구분 없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30년을 기념할 넘버가 될 좋은 곡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0년을 보낸 소회를 묻자 그는 숫자가 주는 감회는 없지만 “운명, 팔자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름이 알려지며 불편함과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런데도 택할 만큼 노래하는 것이 좋았어요. 아티스트, 뮤지션, 연예인, 속칭 `딴따라`라는 이 직업은 결국 `끼`가 없으면 버틸 수 없는 것 같아요. 부나방이 죽는 것을 알면서도 불에 달려들듯이 불편하고 외로워도 이 길이 좋아서 하는 겁니다. 공연장에서 맛본 희열은 다른 유혹을 떨칠 만큼 매력적이니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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