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에서 하르허링까지. 하르허링은 칭기즈칸 시절 몽골의 옛 수도다. 첫 문장을 다시 쓰면 다음과 같다.
현대에서 과거로, 다시 과거에서 현대로.
시간 여행의 조건은 길의 허락 여부다.
길이 허락해야지만 가능한 것이 바로 시간 여행이다. 그리고 시간 여행은 다른 말로 이야기 여행이기도 하다. 길은 여행자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이야기와 지금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길 위에 선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길의 허락으로 5월 26일부터 6월 2일까지 몽골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해서는 해외이동수업을 다녀왔다. 해외이동수업은 학생들이 불모지(不毛地)로 바뀌어 가고 있는 사막화 현장을 찾아 스스로 지구생태환경에 대해 느껴보는 산자연중학교만의 특성화 교과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가며 공부하는 일선 학교의 해외수학여행과는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히 다르다.
`행복학교·생태학교`를 교육목표로 하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작년부터 `교육(сургалт), 나눔(хуваа|х), 그리고 지구(дэлхий)`라는 주제로 몽골에서 해외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세부 수업 주제로는 `한국·몽골 청소년 문화교류`와 `생명·사랑·나눔의 숲 조성`이다. 학생들은 성공적인 수업을 위해 3월부터 준비한다. 다른 학생들이 학원이다, 과외다 사교육 시장에서 보육되고 있을 동안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자연 속에서 스스로 수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짜고, 연습을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교무실 문을 두드린다. 그러면 교사들은 학생들이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준다. 학교는 그렇게 살아 움직인다. 그 삶이 길을 감동시켰고,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몽골 길 위에 섰다.
몽골에 있는 일주일 동안 몸은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정신은 더 맑고 밝아졌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더 빛나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더 빛나게 해줄 뭔가를 계속 찾았다. 몽골에서 가장 큰 성당인 주교좌 성당! 그곳에 모인 300명이 넘는 세계 사람들은 산자연중학교 학생들과 몽골 학생들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에 기립 박수를 보냈다.
몽골 국가로 시작해서 아리랑으로 끝나는 문화 행사는 테러가 만연하고 있는 세계에 큰 시사점을 줬다. 이해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국과 몽골 청소년들은 문화로 보여줬다. 이탈리아 출신 몽골 총대리 신부님은 기꺼이 우리의 선비 복장을 입고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켰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에게서 시혜(施惠-은혜를 베풂)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몽골 국가를 연주하고 합창할 때는 애국가를 부를 때보다 더 공손히, 그리고 우렁차게 불렀다.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 몽골 학생들도 아리랑을 국가 부르듯 불렀다.
문화 공연을 통해 힘을 모은 양국 학생들은 손을 잡고 사막화 방지의 마지막 저지 지역인 아르갈란트 솜 지역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전사가 되어 `생명·사랑·나눔의 숲`을 만들었다. 손에 물집이 잡혀가면서까지 나무를 심고 물을 줬다. 그 모습에 감동한 구름이 간혹 그늘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 그늘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듯 학생들은 조금의 쉼도 없이 서로를 격려하며 사막화와 싸웠다. 그리고 말 똥 위에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몽골에서 학생들과 건강한 일주일을 보내고 귀국하자마자 필자는 엄청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참다못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떻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이 나오느냐고. 검정되지도 않는 것들을 왜 강제적으로 학교 현장에 적용하려고 하느냐고. 고교 학점제니 뭐니 지껄이지 말고 제발 우리 아이들 자유롭게 좀 내버려 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