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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계의 마에스트로가 제 꿈이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7-05-16 02:01 게재일 2017-05-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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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모, `마에스트로`·`아름다워` 동반 히트… 새 음원 강자로 우뚝
친근한 본명, 전곡의 작사·작곡·편곡을 직접 채운 앨범 크레디트, 투박한 랩에 패기 넘치는 `머니 스웨그`(swag·허세 부리며 과시한다는 뜻의 힙합 용어), 트랙에 윤기를 더한 수려한 피아노 연주까지.

래퍼 겸 프로듀서 창모(23·사진)는 가요계의 `새로운 발견`이다. 14일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30위권에 그의 이름이 담긴 곡은 무려 4곡.

창모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마에스트로`가 올봄 각종차트 상위권에 진입해 `롱런` 중이고, `아름다워`까지 순위가 동반 상승했다. 효린과 듀엣한 `블루 문`은 한 달간 10위권에 들었고, 피처링을 한 수란의 `오늘 취하면`은 한동안 차트 정상을 찍었다. `창모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창모는 쉼 없이 10곡이 담길 새로운 믹스테이프(Mixtape)를 준비 중이었다. 이날 늦은 새벽 드디어 작업을 마쳤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명쾌한 말솜씨로 나이답지 않은 진지함을 보여줬다.

◇ “`마에스트로`로 배수의 진… 차트 정상에 서고 싶어”

새로운 음원 강자가 됐다고 하자 소감에도 열의가 묻어났다.

“이달 나올 믹스테이프 테마가 `극복`이에요. 노래가 히트해서 인기가 생기고 수입이 늘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놓기 쉽죠. 그 기분에 취해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순간적으로 안주할 수 있거든요.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그도 `마에스트로`가 뜨면서 한순간 흔들렸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 금방 알아차리는 편”이라며 “내가 바라던 돈과 인기를 얻어 좋았지만 허무함도 있었다. 허무함을 느끼기보다 극복해서 새로운 목표를 잡고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금껏 돈을 벌었다고 자랑도 하고 상투적인 스웨그도 원 없이 했다. 이번에는 `이걸 정말 원하는 게 맞느냐`는 고민까지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가 힙합계 등장과 함께 뜬 건 아니다. 2013년 홈레코딩을 해 무료 공개한 믹스테이프 `돈 벌 시간`과 2014년 데뷔 싱글 `갱스터`를 냈지만 2년가량 작업물이 없다가 지난해 석 장의 앨범과 한 장의 싱글을 쏟아냈다.

“시작과 함께 슬럼프가 왔어요. 2013년 호기롭게 믹스테이프를 선보여 힙합계에서는 주목받았죠. 하지만 제 문제점이 노출됐어요. 음악이 좋았다기보다 사람들이 설익은 메시지와 패기를 칭찬해준 거죠. 이런 호응은 스쳐 가기 마련이고, 처음 받은 관심이 사라지자 `어떡해야 할까` 두려워 정신을 못 차렸어요.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니 작업이 안되더라고요.”

결국 그는 줄곧 살던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서 나와 2015년 서울에 작업실을 만들어 숙식하면서 음악을 만들었다. 힙합계에서도 이때부터 그가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고 평가한다. 어설프던 트랙은 세련돼졌고 치기만 가득했던 가사에는 심지가 생겼으며 `펀치 라인`도 또렷해졌다.

그는 “다작한 작년이 중요한 해인데 `마에스트로`가 안되면 포기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며 “이 곡은 50개의 수정본이 있다. 강박이 생겨서 미친 듯이 작업했다”고 돌아봤다.

눈에 띄는 건 자신의 삶을 투영하면서 유독 `돈`을 주제로 많은 곡을 썼다는 점이다. `돈 벌 시간`을 시작으로 지난해 `돈 벌 시간2`와 `돈 벌 시간3` 등 `머니 3부작` 앨범을 통해 `서민을 벗어나기란 어렵지`, `마에스트로`, `돈이 하게 했어` 등을 선보였다.

그는 “디스코그래피를 나열하면 내 삶이 있다”며 “돈 가사를 처음 쓴 게 18살인데 서울에서 이사 온 잘 사는 친구들이 누리는 걸 덕소 토박이인 나나 친구들은 누리지 못한다고 느꼈다. 또 내 인생의 중요한 선택 때마다 돈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제 이름이 알려져 수입도 좋아졌겠다고 하자 돈은 지금 들어오는 정도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나이에 맞게 소소하고 행복하게 잘 살 만큼의 돈을 벌고 있어요. 부에 대한 욕심보다 명성을 얻고 싶어요. 제 음악을 차트 정상에 세우고 싶습니다. 전 목표가 없으면 제대로 못 사니까요.”

◇ “일리네어 덕에 진로 결심… `예술`인 앨범 만들고파”

어린 시절부터 힙합은 피아노 치는 일상의 갈증을 해소해준 취미였다. 13살 때 피아노 학원을 가면서 MP3에 담긴 래퍼 주석의 노래를 듣다가 `뭐지? 좋은데`란 생각을 했고 이때 눈을 떴다고 한다.

“그때부터 인터넷 검색을 하며 힙합이 단순한 음악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흑인음악이고, 래퍼들의 행동이나 삶의 방식, 패션까지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알았죠. 투팍의 음악과 가사, 삶을 접하면서 충격이었고 신기했어요. 1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다가 답답하면 비트를 만들고 랩을 했는데 이걸 계속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도끼와 더콰이엇이 설립한 일리네어레코즈로부터 연락이 온 건 미국 버클리음대피아노 전공으로 진학을 준비하던 19살 때였다. 그는 이 대학에 2년 연속 합격했지만 장학금을 받지 못해 두 번 모두 포기했고 결국 일리네어의 관심에 힘입어 진로를 바꿀 결심을 했다.

비로소 본격적인 시동을 건 그의 포부도 견고했다.

그는 “`예술이다` 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며 “그러려면 음악을 비롯해 재킷 아트워크, 뮤직비디오까지 흥미롭고 창조적인 궤를 같이해야 한다. 음악이든 뭐든 여러 사람이 접해보고 싶을 만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예술품인 것 같다. 힙합계의 마에스트로(예술가)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안주하지 않고 퀄리티를 높이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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