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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언단처(不言短處)와 팔불출(八不出)

등록일 2017-02-17 02:01 게재일 2017-0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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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조선중기의 학자 윤휴(1617~1860)는 56세 되던 해 금강산 기행문인 풍악록(楓岳錄)에 한 일화를 적고 있다. 상공(尙公) 상진이 한번은 들을 지나다가 어느 늙은 농부가 쟁기를 잡고 밭갈이하는 것을 보았는데 쟁기 하나에 소 두 마리를 메워 밭 갈기를 매우 공들여 하고 있었다. 상공이 구경하다가 `농사일을 참 잘하는구려. 소 두 마리 중에 어느 소가 나은지 말할 수 있겠소?`라고 물으니, 노인이 대답이 없자 상공이 앞으로 다가가니 노인이 급히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여 말하기를 `공이 물은 두 소 중에 한 마리는 힘도 세고 재주도 있는데, 한 마리는 힘도 약하고 미련한데다 늙기까지 했습니다`했다. 상공이 `그런데 처음에는 답하지 않다가 지금에야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이오`라고 하니, 노인이 말하기를, `소는 큰 가축이라서 사람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남을 미워할 줄도 알지요. 내가 저놈들 힘을 의지해 부려먹으면서 재주 없다고 헐뜯어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럽니다`라고 했다. 상공이 그 말에 크게 반성하여 `공은 숨은 군자십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그때부터 한평생 남의 잘못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며, 장점만 말하고 단점은 말하지 않았다.

조선 중종 때 문과에 급제하고 검열관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때 시골길을 지나다 생긴 일화로 상진의 `불언단처(不言短處)` 고사성어의 내용이다. 그 후 상진은 사람들이 절름발이를 보고 한쪽 다리가 작다고 하면 상진은 다리는 같은데 한쪽 다리가 조금 길다, 라는 표현으로 남의 약점을 말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상신록(相臣錄)에 기록된 것을 금강산 유람 도중에 일행이 서로 타고 가던 말을 탓하는 것을 보고 윤휴가 일행에게 들려 준 것이다.

여덟 달만에 낳은 아이를 팔삭둥이라 일컫는다. 이 팔삭둥은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서 `좀 모자란`, `약간 덜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유래된 인간의 홀로서기 계훈(誡訓)으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팔불출, 팔불용, 팔불취라는 단어가 파생됐다. 팔(八)이란 의미는 팔방(八方)을 뜻하며 `모든`, `전체`를 뜻한다. 이 팔불출로 평가되는 사람의 행동은 첫째가 자신이 잘났다고 뽐내는 사람, 두 번째가 부인 자랑이고, 셋째가 자식 자랑이라고 한다. 네 번째는 선조와 아비 자랑을 일삼고, 다섯째는 저보다 잘난 듯싶은 형제 자랑이고, 여섯째는 어느 학교의 누구 후배라고 남의 이름을 파는 사람이며, 일곱째는 제가 태어난 고장이 어디라고 우쭐해 하는 유형을 모두 팔불출이라고 비꼬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팔불출은 정치인에서 많이 나타난다. 정치철학의 입지가 서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방법으로 우선 상대부터 헐뜯거나 폄하하는 행위, 자신을 추켜세우며 대세는 본인뿐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으며 허세를 부리는 행위, 경쟁의 목표를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입지와 미래지향적 국가 비전을 떠나 상대의 잘못과 단점을 부각시키고 상대의 정책을 대안 없이 비판하여 자기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행위, 평생 해보지 않던 봉사를 선거용 퍼포먼스로 즐기다 논란을 일으키는 행위,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포장과 이름만 바꾸고는 마치 새로운 정당인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는 행위, 이러한 것들이 모두 팔불출 행태인 것이다. 물은 위에서 흘러 아래로 내려가고,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모두 쓰러진다. 이는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의 지도층 인사들은 자신의 입지를 스스로 성찰하고 판단하여 본인들의 사회적 위치가 어디인지를 새겨보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될 시국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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