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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치인의 인(仁)사상

등록일 2017-02-10 02:01 게재일 2017-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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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인(仁)이라는 한자는 사람(人)과 둘(二)이 모여서 이루어진 합성어다. 그러하기에 둘 이상의 사람관계에서 `인`이라는 개념이 출발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그 사람은 어질다` 또는 `어진 그 사람`이라고 하면 여기에는 이미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갖는 덕목이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仁사상은 스스로 실천하여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만 비로소 사람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말만 앞서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말이란 아무 의미가 없고 한낱 헛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게 되어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논어에 나오는 159명의 인물 중 공자의 수레를 몬 제자는 번지와 염유뿐이었는데 제자인 번지에게 공자가 말한 仁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뛰어넘어 자기 자신과 더불어 살고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仁은 만들어진다. 이러한 仁사상은 곧 평등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仁사상은 서로 소통하는 것을 제일 첫 번째 뜻으로 삼는다. 주로 가족애나 추상적 생명의 뜻으로 논의되던 전통적 맥락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그 관계가 쌍방향으로 소통되는 특징에 주목하고 있다. 仁을 봉건윤리에서 공민(公民) 윤리로 탈바꿈시키면 서로 통한다는 소통은 모든 존재가 평등하다는 것이며 곧 오늘날의 정치구조인 민주주의와 결부된다.

고대사회에서 일컫는 군자라는 개념은 단순하게 사회계급상의 귀족이거나 명목상의 학자를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출신 성분이나 사회적 지위 보다도 그 사람의 인격이나 덕성을 더 중요시 하고 있음을 고전에서는 적고 있다.

오늘날 국민들의 정치적 경제적 선택은 신속하고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에 좌우된다. 그 정보에는 또한 진실과 선전·선동들이 대부분 뒤섞여 있으니 참으로 진위의 판단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런 현상이 결국 불통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상호 신뢰감을 상실하게 되면 불통과 불신을 가져오게 된다. 증자가 살인했다는 오보를 마을 사람들이 세 차례나 전하자 아들을 깊이 믿었던 증자의 어머니도 결국엔 두려워 베틀 북을 던지고 달아났다는 옛 고사나, 2차대전 당시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다음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두 믿게 된다`는 예로 보나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속게 되는 상황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거짓인지 모르고 하였든, 의도적으로 하였든 거짓말이 계속되면 진실은 알기 어려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사회 정치인들이 토해내고 있는 각종 공약도 대개 지킬 수 없는 거짓의 범주 속에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정보통신 환경은 비약적으로 발달하여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정보를 생산해 내고 타인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쉽게 얻으며, 그 정보를 여기저기 퍼 옮김으로써 손쉽게 확대 재생산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많이 퍼 나르고 많은 사람들이 접한 정보는 여론이 되고 진실이 되며 그렇지 못한 정보는 거짓이 되는 그야말로 `다수결의 원리`가 보여주는 가장 어리석고 취약한 상황에 쉽게 빠지게 된 것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서로 그 위세를 과시하며 보수와 진보를 대변한다는 시민들의 촛불과 태극기 집회도 仁사상이 실종된 하나의 좋은 본보기이다. 특히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개인이나 각 정파의 이익에 활용하려고 참가하는 정치인들은 소통보다는 상호 간 더 심한 불통의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것은 곧 정치인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철학과 가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고 `仁사상`이 결여된 행동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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