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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총 든 은행강도 경찰서장이 단숨 제압

이바름기자
등록일 2017-01-19 02:01 게재일 2017-01-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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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서장이 은행강도를 현장에서 붙잡아 화제가 되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 이성호(57) 서장이 18일 오후 2시 18분께 포항시 북구 죽도동 D은행에서 은행강도 A씨(40)를 붙잡았다. 본지는 당시 현장상황을 은행직원과 이 서장의 시각에서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포항 D은행 직원 B씨

마스크 쓴 남성이 준 쪽지에 `강도, 돈담아`

총구까지 겨눠 `비상벨` 누르려는 순간

옆 창구 고객이 번개같이 쓰러뜨렸죠

이성호 포항북부경찰서장

치안점검 마치고 통장정리 차례 대기중

하얗게 질린 여직원 앞 총기 보는 순간

`강도구나…` 허리 낚아채 바닥에 눕혀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른해지기 쉬운 평일 오후. 흐린 날씨라 그런지 평소보다 은행 안은 한적했다. 다소 지루한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 은행 정문 안으로 마스크를 낀 채 배낭을 멘 한 남성이 들어왔다. 키는 168㎝ 정도, 마른 체형에 20대처럼 보였다. 이 남성은 번호표를 뽑지 않은 채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곧장 앞에 있는 7번 창구로 들어섰다.

창구 안에 들어선 이 남성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툭 던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절하게 “어떻게 할까요?”라고 되물으니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내밀었다. 쪽지에는 `강도, 돈 담아`라고 적혀 있었다.

남성의 손에는 어느새 총이 들려 있었고, 총구는 나를 향해 있었다. 그런데 왠지 장난감처럼 보였다. 침착하게 “CCTV가 있다”며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비상벨을 누르려는 찰나, 바로 옆 창구에서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서 앉아있던 한 고객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잠시 주변을 살피는 듯하더니 번개같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눈을 몇 차례 깜빡거리고 나니 총을 들고 서있던 남성은 어느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고, 고객은 그의 두 팔을 제압한 채 다른 고객들을 진정시켰다.

○…이날은 파출소 순시가 있어 관할구역 내 파출소를 한바퀴 돈 후 잠시 D은행을 찾았다. 설명절을 앞두고 금융기관의 특별치안활동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치안상황을 점검한 뒤 은행 창구 앞에서 통장정리를 하려고 차례를 기다리던 중, 우연히 대각선에 앉아있던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어찌된 이유에선지 여직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순간, 시야에 해당 여직원 앞에 서있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의 손에는 총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들려 있었고, 창구 위로는 `강도, 돈 담아`라는 쪽지가 올려져 있었다. 은행강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뒤 주변부터 살폈다. 혹시나 공범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공범은 없는 듯 했고 곧장 남성의 허리를 낚아채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가 들고 있던 총기의 모양새로 보아 장난감 총이라는 추정이 충분히 가능했기에 제압과정에서 두려움은 없었다. 남성을 제압한 뒤 그를 출동한 부하직원들에게 즉시 인계했고, 근무지인 경찰서로 돌아갔다.

이성호 서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그 자리에 어떤 경찰이 있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포항북부경찰서는 현장에서 붙잡힌 은행강도 A씨(40)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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